서울 매매 수급지수 4개월만에 100 아래로…강남 4구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 상승은 계속
오 시장 '재개발 확대' 공약 실천 위해선 정부·시의회 등 넘어야 할 산 많아…실현 여부 불투명

지난 1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서울에서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일 조사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96.1로, 지난주(101.0)보다 4.9포인트 내려가며 4개월여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99.8)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고, 반대일 경우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권이 97.2로, 18주만에 100 아래로 내려갔으며, 강북권도 95.0으로, 지난주(99.4)에 이어 2주째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또한 서울 동북권(98.8→95.3)과 서북권(97.8→91.7), 서남권(103.0→95.9), 동남권(102.2→98.9), 도심권(103.4→98.0) 등 5개 권역 모두 100아래를 나타냈다.

전체 수도권의 경우도 이번 주 108.4을 기록했으나 지난 2월 둘째주 118.8을 기록한 이후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2·4 대책 발표 후 서울 인근에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30대를 중심으로 번지던 '패닉 바잉'(공황구매)이 잦아들었고, 금리 인상 움직임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가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매수심리 축소와 달리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전날 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강세가 계속됐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재건축·재개발 추진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송파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0%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남·서초구(0.08%), 노원구(0.09%), 양천구(0.07%) 등이 상승률 1~5위를 차지했다.

이들 5곳은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가 전날 "여야를 떠나 서민 주거 안정의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택공급은 정부와 지자체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오 시장의 공약 실천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여기에 서울시의회에서 절대 다수의 우위를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오 시장의 규제완화 정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극히 적어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시가 정책 변화를 꾀하려면 조례를 바꿔야 하는데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점유하고 있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다만 대선을 1년여 남기고 있어 기존 규제를 무력화하겠다는 야당의 말을 믿고 수요자들이 정부의 공공 주도 정비사업 참여를 미루거나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세운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앞으로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도심 주택 공급의 가장 큰 채널인 재건축·재개발에서 민간 방식이 좀 더 활기를 띨 수 있다"면서도 "시장이 과열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불안이 야기될 수 있어 서울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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