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취임 직후부터 정부정책 태클 걸지만 국토부 협조 없으면 '추진 불가'

11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의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하하는 추세지만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은 예외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하지만 정부도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이어서 향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오세훈의 재건축 규제완화 가능한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직후부터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 공시가격 재조사까지 거론하며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정책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오 시장은 당선 후 첫 휴일인 지난 11일 국민의힘을 찾아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실현을 위한 법률, 조례 개정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오 시장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법이나 조례 개정이 수반돼야 하지만 현재 국회나 서울시의회를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적으로 재건축 규제완화를 지속 거론해 정부 여당을 압박해 달라는 요청이다.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 재건축단지를 서울시가 나서 풀어준다는데 막무가내로 반대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해선 정부로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민간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공공 주도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등은 공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공공성을 높인다는 전제로 용적률이나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민간사업이 활성화되면 조합 등이 굳이 정부의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 시장의 재건축 등 규제 완화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일례로 오 시장은 안전진단 때문에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목동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안전진단의 대부분 절차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법령과 고시 등에 규정돼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오 시장이 아무리 뭔가를 바꾸려 해도 결국 국토부가 결정할 문제이기에 오 시장 뜻대로만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주도해 법이나 조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재건축시장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꿈틀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분위기다.

12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1979년 입주한 압구정현대7차 전용 245㎡은 지난 5일 80억원(11층)에 신고가로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직전가 67억원(9층)보다 13억원이나 뛰었다.

같은 날 현대2차 전용 160㎡ 아파트도 54억3000만원(8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또한 1976년 입주한 재건축 아파트다. 이 면적형의 직전가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42억5000만원(4층)으로 4개월만에 12억원 가량 시세가 오른 셈이다.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신현대(현대 9·11·12차) 전용 110㎡는 이달 1일 32억5000만원(8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면적형의 직전가는 지난달 23일 거래된 30억원(13층)으로 일주일만에 2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상승장에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지방선거를 전후해 호가를 더 높여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재건축 단지들은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감에 여의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118㎡의 경우 최근 거래가는 지난 2월 5일 거래된 22억원(5층)이지만 현재 호가는 28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또 노원구에선 상계동과 월계동 재건축 단지가, 양천구에선 목동 재건축 단지가 매수세가 붙고 있다. 양천구는 최근 목동 신시가지 11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음에도 일부 단지에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선 압구정 재건축 단지 등의 사업 추진 기대감이 매우 크다"며 "과도한 재건축 기대감으로 시장이 과열되면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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