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7년만에 우뚝,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 내친김에 나스닥까지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의심이 많다. 하기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자신들의 나라가 짝퉁 천국이다 보니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한 일단 뭐든지 의심부터하는 버릇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슨 물건을 살 때 꼭 눈으로 확인하려는 것은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구입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확인한 뒤 사고 싶어 한다.

2010년 이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중국의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 수년 동안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은 이런 현실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한마디로 짝퉁 내지는 불량 식자재보다 코로나19가 더 무서운 탓이었다.

게다가 온라인 주문과 빠른 배송의 편리함은 의심 많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도 떨쳐버리기 힘든 매력으로 작용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3541억3000만 위안(元. 60조55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이 시장은 덩치가 간단치 않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메이르유셴(每日優鮮. 영문명 미스프레스)을 필두로 알리바바(阿里巴巴) 산하의 허마셴성(盒馬鮮生),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둬뎬(多点.디몰) 등이 치열한 4파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공룡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선구자인 레노버(Lenovo) 출신의 쉬정(徐正. 39)과 쩡빈(曾斌. 38)이 2014년 11월에 설립한 메이르유셴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 최초의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자 온라인 슈퍼마켓이라는 상징성에 곧 미국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기관이 주관사로 나서는 이번 상장에 성공할 경우 메이르유셴은 대략 5억~1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 가치는 현재의 200억 위안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당연히 100억 위안 초반에 머무르는 매출 규모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립 7년 만에 업계를 대표하는 공룡으로 성장한 메이르유셴의 성공 비결은 말할 것도 없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품질 좋은 소량의 신선식품을 주문자가 원하는 장소에 빠르게 전달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먹혔다.

디지털 체인과 물류에 집중, 핵심 역량을 키운 것 역시 경쟁력 강화에 큰 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들 중 드물게 이른바 ‘전치창(前置倉)’ 운영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빅 데이터를 통해 주문량 밀도를 분석한 후 상권 및 지역사회별로 소형 창고를 구축, 주변 반경 3km 지역을 대상으로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실현하는 모델로 메이르유셴의 노하우가 동종업계에서는 단연 압도적이라고 해도 좋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이들 메이르유셴의 전치창은 총 18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비스 대상 지역은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비롯, 대략 25개에 이른다.

베이징에 소재한 메이르유셴의 한 전치창. 이곳의 신선식품들은 1시간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좋다는 것도 빠른 성장과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사실로 이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2020년 말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액이 100억 위안에 가까운 것만 봐도 좋다.

투자 기관들도 어마어마하다.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을 비롯해 아부다비 캐피탈 그룹,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타이거 글로벌,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산하의 펀드 등 이루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외에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온 상품 품목 다양화, 일용 잡화와 자체 브랜드를 확충한 노력 등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수익성 확대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주부 천란(陳嵐) 씨는 “메이르유셴을 통하면 과일, 채소, 간식, 주류 및 음료, 달걀 등 다양한 먹거리를 1년 365일 내내 1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누가 이런 서비스를 마다하겠는가? 나는 다른 업체들은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메이르유셴이 동종업계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창궐 사태 이후 중국의 온라인 쇼핑 인구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도 더불어 클 수밖에 없다.

메이르유셴으로서는 당연히 이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 확실하다.

그저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클라우드 소매 업무의 출범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인 ‘AI 소매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소매업자의 디지털화에 힘을 보태는 노력을 우선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공급 사슬 전략의 고도화를 위해 ‘100억 클럽’ 계획을 실시하는 것까지 더할 경우 노력은 눈물겹다고까지 해도 좋을 듯하다.

이 계획은 100억 위안 투자, 100개의 억 위안 대 규모의 공급 업체 지원, 100개의 신선식품 신(新) 브랜드 육성 전략으로 일부는 벌써 효과가 대단히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의 메이르유셴 배달 라이더가 소비자들이 주문한 신선식품들을 자사가 마련한 보관함에 넣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당연히 메이르유셴의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고 험난할 수도 있다.

핀둬둬(拼多多)와 디디(滴滴), 메이투안(美團) 등 ICT 분야의 대기업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것에서 보듯 경쟁이 치열한 것은 진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또 경쟁업체들이 ‘전치창’ 모델을 카피하기 시작하는 등 ’따라 하기 전략에 나서는 현실 역시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투자 기관이 너무 많다는 사실 역시 때로는 약점으로 작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시장 상황 등을 놓고 볼 때 메이르유셴의 미래는 꽃길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메이르유셴은 수년 내 1조 위안 규모가 될 중국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을 계속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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