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수 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의 한 은행 은행원들. 높은 임금을 받는 신의 아들, 딸들이라고 할 수 있다./제공=징지찬카오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한국에서 은행은 완전히 신의 직장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은행원은 신의 아들, 딸들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중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이 일반 기업 직장인들의 최대 10배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징지찬카오바오(經濟參考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극히 평범한 일반 직장인들은 대체로 평균 연봉이 10만 위안(元. 17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당연히 이것보다도 훨씬 덜 받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예컨대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등 이외의 2, 3선 도시들의 직장인들은 채 5만 위안(800만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지역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초임 연봉이 3만 위안(510만원) 전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리쥔수(李軍書) 씨는 “내 대학 동창들 중에는 대도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취직을 하게 된다. 문제는 임금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월 5000 위안만 받아도 만족해한다.”면서 지방 직장인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원으로 일하는 행운을 잡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실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21개 각급 은행들의 2020년도 평균 연봉이 잘 말해주지 않나 싶다.

거의 대부분 40만(6800만원) 위안 전후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21개 은행 중 지방에 소재한 창수(常熟)은행이 유일하게 30만 위안을 넘지 않았다.

대신 이 은행은 사내 복지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운 대출 혜택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50만 위안(8500만원)을 넘는 은행도 자오상(招商), 저상(浙商), 중신(中信)은행 등 무려 3개나 됐다는 사실이 아닌가 보인다.

2020년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국의 3배 가까운 대만 은행의 행원들보다도 훨씬 높았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핑안(平安), 자오상, 민성(民生)은행은 행장들의 연봉도 400만 위안(6억8000만원)을 가볍게 넘었다.

금융 기관들을 지도,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류쿤(劉昆) 재정부장의 공식 연봉 20여만 위안과는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기야 20배에 이른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명문으로 손꼽히는 베이징, 칭화(淸華), 푸단(復旦), 난카이(南開) 같은 대학들의 금융 분야 학과 졸업생들이 졸업 후 정부 기관의 공무원보다는 은행원을 더 선호하는 것은 이로 보면 당연하지 않나 싶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해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월 1000 위안(17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하는 인구가 무려 6억 명에 이르고 있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빈곤에 허덕인다는 말이 된다.

중국 경제가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원들의 임금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연히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개탄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임금을 삭감하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이미 올라버린 임금을 깎는다는 것은 올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은행원들의 엄청난 임금과 관련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국의 은행이 신의 직장이고 은행원이 신의 아들, 딸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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