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A,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131조달러 투입 예상...비용 부담에 주요국 목표 절반 달성도 난항
전 세계 기업들, 기후위기 대응 사업에 손사래...에너지 절감으로 차근차근 첫 발 딛는 게 중요

울산공단 인근 지역이 대기오염(스모그)으로 뿌얘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대기오염 문제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탄소 배출의 주범인 기업들이 '비용 부담'으로 쉽사리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완전한 전환보다 '에너지 감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들이 설비·공장에 재생에너지를 100% 도입하는 것보다 더 빨리 기후위기 대응 효과를 낳을 수 있고, 자발적인 참여로 에너지 소비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등 각자의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비용 문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5℃ 이상 오르지 않게 하려면 205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총 131조달러(약 14경8000조원) 투자가 필요하다.

연간으로 환산할 시 매년 약 4조4000억달러(약 5000조원)이 필요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년치 국가 예산 책정액이 약 510조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에 10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WSJ가 인용한 환경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책은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후위기에 놓인 수백만명의 생명을 매년 구할 수 있다"라면서도 "이는 철강과 농업, 화물, 운송 등 여러 산업에 초기 비용이라는 부담을 껴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C제일은행의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탄소중립보고서-제로노믹스'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 사업을 전개하며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 경영진 250명 중 55%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사업 모델을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52%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이끌어온 프로젝트 중 친환경 사업이 가장 돈이 많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데이비드 빅터 캘리포니아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우리는 급진적인 기술 전환을 연구할 때 단기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화석 연료를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탄소배출 1위 국가'인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풍력 및 태양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운송, 산업 및 건설 산업을 정비하는 데에도 30년 동안 21조달러(약 2만3400조원), 중국의 연간 GDP(국내총생산)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차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 현황은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탄 사용 배출량 50%는 여전히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인도도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발전소를 건립하 450GWh(기가와트시) 재생 에너지를 건설할 예정이지만,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인해 아직까지 목표치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에너지 분석가들은 인도가 2022년까지 175GWh라는 중간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로 꼽힌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들은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응답자 중 다수는 최소 10년 이상 친환경 전환 목표 시한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스탠다드차티드 제공]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태양·풍력 등 여러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에너지 절감'에 집중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WSJ는 "전 세계 국가들과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인도·중국도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경제적 문제가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라며 "주요국들이 에너지 감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재생 에너지 산업이 주요국에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녹색전환으로 인해 600만 개의 일자리가 파괴되지만, 전 세계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24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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