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참패에도 정부기조 변화 없어...증여·매각시기 놓친 다주택자 '막판 고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버티기냐, 증여냐, 매도냐."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크게 강화된 소득세법(양도소득세)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주택자들의 머리가 복잡하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정부가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정·보완을 검토하면서도 이 부분만은 대상에서 배제해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변화가 오지 않을까"하는 다주택자들의 희망이 무너진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매도나 증여를 결심한 사람들은 벌써 이를 처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 강남 등에서 증여가 역대급으로 이뤄진 것에 비추어 봐서다. 

◇ 1년 미만 보유자 양도세율 70%...다주택은 최고 75%

2년 미만 보유주택과 수도권의 대부분이 해당되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인상된다.

이는 양도세 중과 이전에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정한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된다는 뜻으로 매도를 결정한 다주택자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개정된 세법은 양도세의 경우 주택 수를 계산할 때 분양권을 포함하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적용하는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는 등 조치를 올해 1월 1일 자로 시행하면서 양도세 중과 부분에 대해 시행 시기를 6월 1일로 못박았다.

새로운 양도세제가 적용되면 1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세율이 기존 40%에서 70%로 무려 30%포인트나 올라간다. 1년 이상 2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에 적용되는 세율은 기본세율(6~45%)에서 60%로 올라간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도 10%포인트씩 오른다.

현재는 2주택자의 경우 기본 세율에 10%포인트를, 3주택 이상인 기본 세율에 20%포인트 이상을 더해 부과하지만, 내달부터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추가한다.

이에 양도세 최고세율은 기존 65%에서 75%로 올라간다.

◇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율 0.6~3.2%→1.2~6.0%

올해부터 두 배 가까이 인상된 종부세율의 과세기준일도 6월 1일이다.

내달 1일 시점에 보유한 주택·토지를 합산해 1가구 1주택을 기준으로 공시가 9억원(다주택자 6억원)을 넘으면 부과 대상이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종부세율이 오르지만 다주택자에게는 특히 오름폭이 크다.

기본 세율은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오른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인 개인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0.6~3.2%에서 1.2~6.0%로 0.6~2.8%포인트 오른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전년 대비 세 부담 상한액도 200%에서 300%로 오른다.

다주택자에겐 종부세가 세 배까지 오를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는 기존 70%에서 80%로 높아진다.

이번 종부세 조정은 다주택자에 유독 높은 인상률을 적용하고 있다.

세 부담을 줄이려면 기준 시점인 6월 1일 이전에 실제 거주하는 1주택을 빼고 다른 주택들을 팔아야 하는 셈이다.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증여' 택한 다주택자 늘어...버티기·매각 고민도

다만 이미 다주택을 처리한 사람들도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아파트 거래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812건으로, 전달(129건)과 비교해 6.3배나 급증한 것.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하려 증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증여 규모는 부동산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역대급' 수준으로, 2018년 6월(832건)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것이다.

강남구의 아파트 증여는 2018년 6월 최다를 기록한 이후 2년 8개월 동안 47~420건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지난 3월 800건 넘게 폭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와 양도세 인상을 앞두고 강남의 다주택자 다수가 증여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부유층이 자녀에게 서둘러 집을 마련해주려 강남 아파트 증여에 나선 경우가 있고,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양도세 중과·종부세 인상, 계획대로 간다"

현재 당정은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정·보완을 논의하고 있지만 다주택과 단기 거래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율 인상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공급 확대, 투기 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라는 큰 틀의 원칙과 지향점은 그대로 견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기서 투기수요 근절 부분이 다주택자나 단기 거래자 등 투기 의심자에 대한 기존 세제 정책을 의미한다. 즉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 완화를 수정·보완의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당정은 세제 중에선 서민·중산층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부담 완화를 가장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지만 종부세는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의원은 "액수 조정(기준선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년 공제와 보유 공제 비율을 조정해 1가구 1주택자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 보유 공제에 3~5년 기간도 추가하는 방안,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이연 방안, 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늦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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