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R&D 협력·육성방안 논의...'미세공정' 개발로 시장 선점 계획
TSMC, 대규모 투자로 중국·일본 등 반도체 거점 확대...삼성전자는 이달 공식발표 예상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제조 공장의 모습. [사진=인텔 뉴스룸]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대만 TSMC 등 업계의 기존 강자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재도전장을 내민 미국의 인텔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위해 이스라엘에 6억달러(약 67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이번 협력에 따라 인텔은 4억달러(약 4478억원)를 투입해 예루살렘에 있는 자회사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 본사를 R&D 시설로 바꿀 계획이다.

또한 하이파 지역 일대에 나머지 2억달러(약 2239억원)를 투자해 'IDC12'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번 대규모 투자에 따라 이스라엘 현지에 약 6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반도체 수출이 2019년 66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서 2020년 80억달러(약 9조원)로 늘었고, 전체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의 14%를 차지할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앞서 인텔은 공격적인 자세로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보여왔다.

지난 3월 겔싱어 CEO는 취임 1개월 만에 2024년까지 200억달러(약 22조38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했던 반도체 사업을 파운드리로 다시 확대해, 최근 도래한 반도체 수요 폭증을 완화시키고 인텔만의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이후 인텔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6~9개월 이내에 생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관련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게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이러한 인텔의 굴기에 파운드리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대만 TSMC도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로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TSMC는 지난달 성명에서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반도체 생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나온 300억달러(약 33조원)까지 더하면 약 3~4년간 145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금이 반도체 사업에 쓰이는 셈이다.

현재 TSMC는 아시아권을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045억원) R&D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금은 중국 난징 공장에 28억8700만달러(약 3조2354억원)를 투입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설비를 세울 방침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업계 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상반기가 가기 전에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경기도 평택 캠퍼스 P3(3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로이터는 이번 인텔의 투자로 인해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인텔은 이스라엘 키리야트 개트 지역의 반도체 시설에서 10nm(나노미터) 제품을 만들고 있고, 지난 3월부터는 미국 애리조나에 7nm 칩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과 TSMC가 2019년 비슷한 시기에 5nm 개발에 성공하며 파운드리 경쟁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만큼, 인텔이 새로운 R&D 기지에서는 지금보다 더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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