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겸재송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겸재송은 겸재 정선의 부채 그림 속 나무로 추정되는 소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은 1733년 봄에 58세의 나이로 청하 현감으로 부임했다가 2년 남짓 재임했다.

그 이듬해인 1734년 겸재는 내연산을 찾아 설악산만큼이나 아름답다는 내연산 폭포로 올랐다.

당시 이름깨나 있는 사람은 내연산 폭포에 오른 뒤 자신의 이름을 바위에 새기는 것이 관례였다. 이를 탐승각자(探勝刻字)라 한다.

‘鄭敾 甲寅秋(정선 갑인추)’라는 겸재의 탐승각자는 연산폭포 아래 바위벽에 있다.

이것으로 1734년 가을 겸재 정선이 연산폭포에 다녀간 것이 증명된다.

겸재가 내연산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 중에서 지금까지 네 작품이 전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내연산 삼용추'와 삼성미술관리움 소장의 '내연산 삼용추',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부채 그림인 '고사의송관란도(高士倚松觀瀾圖)'와 '내연산 폭포도'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이중 '고사의송관란도'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아주 흡사한 소나무가 현재도 폭포 벼랑 위에서 자라고 있다.

2003년 이 소나무를 답사한 소나무연구의 권위자인 전영우박사(국민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소나무를 보고, “비하대의 암장 밑에 자라는 겸재 소나무는 굳건했다. 40여m의 거대한 절벽 위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모습이 대견하다. 8~9m의 키에 밑둘레가 2m를 넘는다. 동편 낭떠러지 쪽으로 드리워 서 있는 모습이 그림 속의 소나무와 비슷하다.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좋지 않은 생육조건을 감안하면 족히 400~500년은 묵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문화일보, 2003. 5. 7 기사)

'고사의송관란도'는 신비한 노인이 바위 옆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에 기대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특이하게도 이 그림에는 좌측 하단에 ‘삼용추폭하유연견남산(三龍湫瀑下悠然見南山)’이라는 화제(畵題)가 있다.

삼용추 폭포 아래에서 남산을 본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삼용추 폭포가 등장한다.

삼용추폭은 잠룡폭과 관음폭 그 위 폭포인 연산폭을 말한다. 이 일대는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이 자리한 곳으로 내연산에서 가장 절경을 자랑한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그림 속의 소나무를 현재 벼랑 위의 소나무로 특정하고 겸재송이라 최초로 이름한 것은 포항의 이삼우 기청산 식물원 원장이었다.

물론 이 겸재송이 겸재가 그린 부채 그림의 소나무가 확실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여러 가지로 추정해본 결과 그렇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던 것이다.

겸재송이 실제 겸재의 부채 그림의 모델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다만 겸재가 청하 현감 시절 내연산의 절경을 찾아 진경산수(眞景山水)를 남겼고, 그것이 문화유산이 되어 오늘날의 소나무와 어울려 하나의 이야기로 진화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관음폭포.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포항 내연산 겸재송>

·보호수 지정 번호  미지정
·보호수 지정 일자  미지정
·나무 종류  소나무
·나이  500년
·나무 높이  9m
·둘레  2m
·소재지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산 97
·위도  36.260550,  경도  129.3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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