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공공의료 인프라, 한국보다 앞서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 , 약값보다 싼 저렴한 의료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세상에 없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좋은 게 무엇인지 꼽으라면 대표적인 게 아마 병원 아닐까 싶다.

병원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픈 사람이 없다는 사실과 바로 통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인간은 수태되는 그 순간부터 생로병사의 운명을 싫든 좋든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 원격진료 플랫폼, 즉 사이버 병원까지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대세가 될 가능성도 높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등록된 플랫폼만 5000여 개가 넘는다.

활발하게 영업 활동을 하는 곳도 50여 개 가까이에 이른다.

이용자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6억61000만 명에서 올해는 8억 명 가까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당연히 지난해 545억 위안 규모에 이른 시장을 놓고 벌이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핑안젠캉이랴오커지(平安健康醫療科技. 이하 핑안젠캉)는 바로 이 치열한 시장을 장악한 단연 최고의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

현실은 2015년 4월 현재는 별칭이 된 핑안하오이성(平安好醫生. 핑안굿닥터)이라는 이름으로 거대 보험회사인 핑안보험에 의해 탄생한 핑안젠캉이 현재 올리고 있는 성적이 잘 말해준다.

우선 잠재적 환자가 될 회원이다. 무려 4억여 명에 이른다. 월 이용자 수 역시 어마어마하다.

8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운용하고 있는 의료 인력의 수도 간단치 않다. 3000여 명이 넘는다.

1년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플랫폼 가동이 가능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핑안젠캉은 2018년 4월 중국 최대 온라인 원격진료 플랫폼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홍콩 증시에 상장되는 기염도 토한 바 있다.

당시 조달액은 85억6400만 홍콩 달러(1조2410억 원)였으나 지금은 시가총액이 1048억 홍콩 달러에 이른다.

불과 3년 만에 시총이 12배나 늘어났다.

단순한 유니콘 기업에 만족할 게 아니라 조만간 업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을 품을 만하지 않나 보인다.

핑안젠캉이 이처럼 6년 만에 업계의 거인으로 훌쩍 큰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이 역시 열악한 공공 의료 인프라가 아닐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인프라는 그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채 엄청나게 뒤처져 있다.

대형 병원에서 진료 수속을 받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원격진료 시스템이 2014년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허용된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신위안리(新源里)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추이젠(崔箭) 씨는 “중국의 인구 1000 명 당 의사 수는 고작 2명에 불과하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평균 3.4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원격진료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핑안젠캉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핑안젠캉은 외부 의료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사진에서처럼 여성 의료 인력도 능력이 되면 언제든지 대환영을 받는 영입 대상이 된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모기업의 명성도 성공의 이유로 꼽아야 한다.

다른 경쟁업체들보다는 한마디로 출발선이 달랐던 케이스라는 말이 된다.

게다가 핑안보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모기업을 적극 활용하고도 있다.

핑안보험 고객 전용인 헬스(Health) 360을 출시한 것은 이런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보험 가입자에게 예약권과 진료권을 우선 제공하는 혜택을 주는 것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고객만 미국 인구보다 많은 4억 명 가까이에 이른다면 말 다했다고 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 병원 가기도 어렵고 병원비도 비싸다)”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의 의료비는 비싸기에 관한 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영화 ‘식코’에서 적나라하게 알려진 미국의 의료 현실 뺨친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큰 병을 앓을 경우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핑안젠캉을 이용할 경우 집안 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건당 진료비가 최소 60 위안, 최대 200 위안 전후에 불과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약값보다도 싸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은 핑안젠캉이 펼친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남부의 푸젠(福建)성 일대와 대륙 서북부 지방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말이 된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기술에 대한 대대적 투자, 인터넷 플랫폼을 상대적으로 신뢰하는 중국인들의 속성, 3만여 명에 이를 만큼 확보한 외부 의료 인력의 존재 등 역시 핑안젠캉이 단연 업계의 독보적 존재가 된 이유들로 꼽을 수 있다.

핑안젠캉은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직원을 일반 병원에 파견, 원격진료의 장점을 알리는 것은 거의 기본에 속한다./제공=신징바오.

중국의 원격진료 시장은 늦어도 5년 이내에 1000억 위안 시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당연히 현재 1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핑안젠캉의 매출액도 130억 위안 전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핑안젠캉의 야심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목표가 최소한 30%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말할 것도 없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보다 최소 34배 이상 많은 의료 인력의 대거 확보를 통한 진료의 세분화 및 다양화와 모기업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인다.

만약 이 노력이 효과를 거둔다면 핑안젠캉의 매출액은 10년 이내에 꿈의 1000억 위안 시대에 접어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경우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원격진료 플랫폼이 되는 것도 막연한 희망사항 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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