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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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어떠한 규모의 기업들이라도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라면 제각기의 방식으로 고객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메일, 문자, 그리고 최근에는 SNS 메시지도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메시지 속에서 고객이 우리의 메시지를 읽고 반응하게 되면 최상의 결과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 때문에 급성장했다 뿐이지 신선식품 배달과 가정간편식 (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은 이미 성장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영국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영국 슈퍼마켓 시장에서 거의 30%에 육박하는 테스코도, '아마존프레시' 같은 식료품 배송서비스와 '헬로 프레시' 같은 식사 정기배송상품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때, 테스코는 delivery saver라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고객들이 그 전에는 온라인 배송 주문시마다 배송료를 내야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무제한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테스코는 6개월 단위로 계약하여 한 달에 7.99파운드 (영국화폐 단위, 7.99 파운드는 5월 6일 현재 약 1만2450원)를 내면 딜리버리 세이버를 이용할 있도록 했다. 아니면, 일시불로 6개월에 해당하는 금액인 47.94 파운드를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부터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하나하나 뜯어보자.

일차적으로 그 유명한 닻내림 효과를 엿볼 수 있다.

7.99라는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8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심리적으로 그 하나 아래인 7파운드로 사람들의 심리에 닻을 내리도록 하여 보다 저렴한 느낌을 주도록 하였다.

물론, 이 사례는 닻내림 효과의 예로 너무 많이 사용되는 예이긴 하다.

다만, 보통 일시불로 유도하기 위해서라면 6개월을 한꺼번에 결제를 할 때는 (47.94 파운드) 매월 6개월 동안 결제하는 금액의 총합보다 싼 가격에 제시하기 마련인데 테스코는 그냥 월별 금액인 7.99 파운드에 6을 곱한 그대로의 금액을 제시하였다.

이는 마케팅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로 아마 테스코는 일시불 보다는 매월 정기적인 금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Join us' 항목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두 가지 옵션, 즉 6개월에 해당하는 금액인 47.94 파운드를 일시불로 결제하는 옵션과, 매월 7.99파운드씩 결제하는 옵션을 제시하는데 이 화면에서는 디폴트로 일시불 결제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다.

다음 단계로 그대로 넘어가면 일시불 결제가 계속 진행되는 것에 반해, 월별 결제를 하려면 밑에 제시된 월별 결제항목으로 다시 체크를 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전형적인 현상유지편향을 고려한 설계이다.

마치 행동경제학에서 유명한 '장기기증을 증가시키도록 하는 사례'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항목'에 디폴트로 표시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한 단위를 낮춰서 보여주는 가격, 그리고 이미 일시불에 디폴트로 체크되어 있는 옵션 항목 등을 보면 행동경제학을 잘 활용하는 기업답게 곳곳에 그런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번들링 가격을 그대로 가져 가지 않고 47.99 파운드가 아닌 예를 들어 46.99 파운드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테스코 정도 되는 기업이면 1파운드를 떨어뜨려 일시불로 유도함으로써 얻는 이익 (초기 6개월에 대한 선불은 나눠서 매달 내는 금액에 비해 이자 수익만큼의 이득이 생길 수 있으며 이러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과 1파운드만큼의 건 당 손실을 비교하여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테스코는 이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무료로 체험하는 기간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이후 정기 결제회원이 되도록 메시지를 보내도록 설계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6개월 간 딜리버리 세이버 기간이 끝나는 고객들에게 재이용을 권유하는 메일을 보내때도 유사한 형식과 내용으로 보내게 된다.

이 이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직접적인 손해와 이득을 거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6개월의 기간이 끝나가는 고객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정 중앙에는 가장 큰 크기로 눈에 확 들어오게 하는 내용이 적혀져 있다.

"내 비용 (My plan cost) 47.94 파운드, 22건의 원래 배달료 (Cost of 22 Deliveries) 148 파운드, 절약 비용 (I have saved) 100.06파운드"이다.

내가 이 계획을 유지하지 않으면 6개월 간 100 파운드 손해 볼 수 있다는 내용만 눈에 들어오게 시각화 하여 중간에 배치해 놓은 결과, 나머지 공간에도 여러 설명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 내용만 계속 머리에 남게 된다.

이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이메일로 구현한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체험기간 종료가 손실로 느끼게 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테스코는 이렇게 이메일 변경만으로 무료 체험에서 유료 요금제로 전환하는 비율이 10.2% 증가했다고 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는 행동은 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우리가 늘상 해오는 소위 '루틴'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시점에서의 고객에게 보내는 안내 메시지에 대한 고객의 전환율, 응답율 등을 제고하기 위해 각고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순간순간에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해외 대기업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물론 이를 찾아내는 전문적인 절차와 관련 실험이 수반되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하겠지만, 작은 기업이라도 고객이 무엇을 더 좋아할지 이론적으로라도 알고 이를 반영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항상 기울여야 하겠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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