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물질 뿜어내는 폐배터리, ESS로 재탄생...재사용 후 원재료 추출해내는 재활용 생태계 구축
'환경·인권·부패' 없는 광물만 구입...RE100·EV100 가입으로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 동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친환경 시대의 대표주자 '전기차'에는 크나큰 딜레마가 있다.

전기차 필수 부품인 '배터리'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는 행위가 불가피하고, 필요한 원재료를 채굴할 때도 환경 오염 뿐만 아니라 인권 유린, 부패 등의 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배터리업계의 강자 LG에너지솔루션이 해답을 내놓았다.

회사는 ▲전기차 폐배터리 선순환 체계 구축 ▲책임 있는 공급망 확립 ▲RE100·EV100 탄소절감 동참 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LG에너지 관계자는 "기업의 환경적 가치를 반영한 ESG가 화두가 되고 있다"라며 "회사도 경영활동 전반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해 고객에게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 폐배터리 고쳐 쓴다...재사용 후 재활용까지 '선순환' 체계 구축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독물질의 지정 고시'에서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이 1% 이상 함유된 유독 물질로 분류했다.

다 쓰고 버려진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되면 화재와 폭발 위험에다가 급성독성 물질을 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는 배터리 팩과 원재료 등을 재사용·재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우수 사례는 최근 LG에너지 오창공장에 설치된 '전기차용 충전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이다.

1년여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오창공장 ESS는 10만 킬로미터(km) 이상을 달린 전기 택시에서 뗀 배터리로 만들어졌다.

해당 ESS는 100 킬로와트(kw) 충전기로 순수 전기차 'GM 볼트'를 약 1시간 충전하면 300km를 달릴 수 있도록 완충이 가능하다.

LG에너지 관계자는 "버려진 배터리는 잔존 수명과 상태 등에 따라 2차 사용이 가능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 확보 및 적합한 용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관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5~10년간 15만~20만 km 주행 후에는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전기차 인기가 급부상하는 만큼 폐배터리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치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적으로 약 90GWh(기가와트) 가량의 폐배터리가 발생한다"라며 "폐배터리를 잘만 활용하면 순수 전기차 100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LG에너지는 재사용한 배터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이를 다시 분해, 정련, 제련해 원재료를 추출해내는 '재활용'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국 공장은 올해 안으로, 한국 및 폴란드는 내년까지 관련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LG에너지 측은 자사의 제품이 탑재된 현대차 차량이 잇따른 화재로 대거 리콜되는 것과 관련해, 해당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왼쪽)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 '환경·인권·부패' 문제없는 원재료만 취급...RMI 가입으로 착한 '코발트' 구매

LG에너지는 지난 2019년 10월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에 가입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RMI는 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 등 4대 분쟁광물과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원산지를 추적·감독하는 글로벌 협의체다. 

실제 콩고민주공화국 내 코발트 광산들은 미성년 아동 노동 착취를 비롯해 불법 광산 운영, 인권 침해, 부패 등 다양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60%를 차지하는 국가다.

현재 LG에너지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배터리 광물을 구매하기 위해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다른 가입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과 추적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추적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2020년부터는 3자 기관을 통해 실사에 나서며 코발트 공급망 현황을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다.

LG에너지 측은 "코발트 외에 니켈, 리튬, 천연흑연과 같은 배터리 원재료에 대해서도 검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은 회원 기업들에게 아동 착취와 같은 인권문제 및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광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RMI 홈페이지 갈무리]

◇ RE100·EV100 가입으로 '탄소감축' 동참...폴란드·미국서 '재생에너지 100%' 실현

LG에너지는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업계 최초로 지난 4월 RE100과 EV100에 동시 가입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RE100은 '재생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전부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EV100은 2030년까지 기업 소유 및 임대 차량 중 3.5톤(t) 이하는 100%, 3.5~7.5t은 50%를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가진 캠페인이다.

현재 LG에너지의 폴란드 공장은 2019년부터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 공장은 2020년 7월부터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공장은 오는 2030년까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오창공장은 올해 정부 주도 하에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녹색 프리미엄제에 참여해 연간 61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낙찰받기도 했다.

회사 측은 전지 원재료를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 측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운송 수단 및 루트를 발굴하기 위해 검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5일 RE100 트위터에 게재된 LG에너지솔루션의 RE100과 EV100 동시 가입 소식. [사진=트위터 갈무리]
지난 4월 15일 RE100 트위터에 게재된 LG에너지솔루션의 RE100과 EV100 동시 가입 소식. [사진=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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