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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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번 글에서 우리는 손실회피성향, 소유효과, 현상유지편향 등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편향들을 기업이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계속해서 얘기를 하지만 180개가 넘어가는 편향들 이름을 가져다 붙이기만 하더라도 복잡하기도 하고 터무니없기도 하다.

따라서 정말 검증된 편향들 위주로 활용하여야 하고, 이러한 ‘편향’, ‘효과’들도 기업 실정에 맞게 실험을 통해 검증을 한 후 활용해야 한다.

다시 행동경제학을 통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8가지 핵심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은 지난 번 얘기한 것 외에 선택과부화 (Over choice), 유인 효과 (혹은 들러리 효과, Decoy Effect), 닻내림 효과 (Anchoring Effect) 등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선택과부화 (Over choice)는 단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알 수 있다.

자기 앞에 놓여진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하는데 있어서 매우 혼란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이 말을 1970년대 앨빈 토플러가 썼다고 하니, 식견이 대단하다)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레퍼 교수팀이 진행했던 매우 유명한 슈퍼마켓에서 잼을 구매하는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6가지 잼과 24가지 잼을 시식하는 부스를 설치하고 각 부스에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다.

실험 결과, 24가지 잼이 있는 부스에서는 3% 고객만이 잼을 구매한 반면, 6가지 잼이 있는 부스에서는 30%의 고객이 잼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렇듯, 너무 많은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오히려 고객들에게 혼란을 주게 되어 구매 결정에 악영향을 주게 되므로 소비자의 선택을 적절한 수준으로 좁히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다음은 들러리 효과라고 불리기도 하는 유인 효과, 즉 디코이 효과 (Decoy effect)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decoy effect는 세 번째 얘기하는 닻내림 효과 (앵커링, Anchoring effect)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리는 닻이 들러리면 되니까 말이다.

디코이 이펙트는 유인하는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을 의도한대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A와 B를 제시했다고 하자.

기업은 B를 팔고 싶을 때, C라는 상품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 C는 B와 유사하지만 B보다는 덜 매력적이다.

그러면 합리적인 소비자는 원래는 A와 B를 비교하여 A를 선택해야 하지만 C가 나타남으로써 쓸데없이 C와 B를 비교한 후 B를 선택하게 된다.

이게 바로 디코이 효과이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인용해보자.

그의 저서 ‘Predictably Irrational’ (우리나라에서는 ‘상식밖의 경제학’으로 소개되었다)에 나온 실험에 따르면 그는 학생들에게 아래와 같이 이코노미스트 잡지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1. 온라인으로 이코노미스트 구독 (Economist.com) - 59$ (1997년 이후 모든 내용을 다 볼 수 있음)

2. 오프라인으로 이코노미스트 구독 – 125$ (1년간 구독료)

3. 온으포라인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코노미스트 상품 – 125$ (1년간 구독 + 1997년 이후 모든 내용을 다 볼 수 있음)

위와 같이 제시했을 때, 16% 학생이 1번 온라인 구독을 택했고, 84%가 3번을 택했으며 2번을 택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2번 옵션을 제거하게 되면 68%가 1번을 택했고, 32%가 3번을 택하는 결과가 나왔다.

2번이 Decoy 역할을 해서 1과 3의 선호가 바뀐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가격책정을 할 때, 매우 많이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이다. (팝콘 사례, 스마트폰 사례 등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오늘 소개할 마지막 내용은 닻내림 효과 (anchoring effect)이다.

샌프란시스코 과학관 방문자들 두 그룹에게 질문을 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삼나무의 높이는 1200 피트를 넘을까 혹은 넘지 않을까?"를 먼저 물어보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삼나무의 높이는 180 피트를 넘을까 혹은 넘지 않을까?"라고 먼저 물어보았다.

그런 후 두 그룹에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삼나무의 높이는 얼마일까?"라고 물었더니 첫번째 그룹은 884피트라고 했고 두번째 그룹은 282피트라고 했다.

우선 첫 번째는 1200이 기준점 (닻)이 된 것이고, 두 번째 그룹은 180이 기준점이 된 것이다.

그 차이도 놀랍지만, 닻을 내린 수치의 차이 (1080피트)를 기준으로 562피트 차이가 나는 대답을 한 것인데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면 55% 정도의 효과를 본 것이다.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우리가 닻을 내리면 그 차이의 반 정도로 결과를 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닻내림 효과는 기업에서 쓰는 가격전략, 그리고 묶음을 한꺼번에 파는 번들링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선 한 단위 내리면서 9자가 들어가게 표시한 가격은 어디서나 많이 눈에 띄는데 가장 흔한 닻내림 효과의 사례이다.

1만원을 9900원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는 요새 핫한 고급 디저트 까페를 가 본다고 가정하자.

그럼 1만8000원에 달하는 고급 디저트를 1만7900원 등으로 표기할 뿐만 아니라 2만5000원을 25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아예 1000단위가 우리 마음에서 삭제되어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면 묶음 판매는 어떨까?

완싱크, 켄트 호치 등 세 명의 교수가 시행한 실험에 따르면 개당 50센트와 4개에 2달러라고 표기되어 있을 때, 고객들은 4개에 2달러가 표기된 상품에 36%가 더 많은 캔을 구입했다고 한다.

앞서 잠시 얘기한 바와 같이 두 번째로 얘기한 디코이 효과도 사실상 또 하나의 닻 (유인물)을 내려서 소비자의 의사결정 세트를 변화시키는 기법이므로 닻내림 효과의 부분집합으로 여길 수 있겠다.

이에 대한 내용은 트버스키와 시몬스라는 두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들의 실험으로 대신한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70달러짜리 카메라와 240달러짜리 카메라를 제시하였는데 (물론 값 싼 카메라보다 값비싼 카메라의 성능이 가격 차만큼 더 좋았다) 이 때 참가자들의 선택은 반반이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보다 고급 기종인 470달러 짜리 카메라를 추가하여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470달러 짜리 카메라가 포함된 결과, 실제 추가된 고가의 카메라를 제외한 두 기종 간 비율은 앞 실험과 비슷하게 반반씩 나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40달러짜리 카메라가 저렴한 카메라보다 약 2.5 배 가량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경우 기업은 240달러 카메라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470달러의 디코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유인상품은 항상 싼 가격의 제품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충실하게 하면 된다.

마케팅을 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닻내림 효과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들을 감안해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한 고민이 바로 프레이밍이다.

프레이밍에 관하여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쓴 다양한 책이 나와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장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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