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원자재 비용 상승에 물가압력 계속...한국도 물가·집값·금리 모두 오름세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한 월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의 모습. [사진=월마트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기업들의 구인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현지시간) 연준은 이날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국가 경제가 지난 두 달 동안 이전 보고서의 조사 기간에 비해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라며 "전체적인 물가 압력이 지난번 보고서보다 더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4월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기초 자료로 쓰인다.

보고서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 비용 급등세을 꼽았다.

연준은 "원가가 크게 오른 반면 판매 가격은 완만하게 올랐다"라면서도 "제조·건설·교통 분야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의 많은 부분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앞으로 몇 달간 소비자물가는 더 높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4.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의 최대폭이다.

구인난에 따른 임금상승도 원인으로 거론했다.

연준은 "전체적으로 임금 인상은 완만한 수준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구인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 보너스를 제시하거나 초봉을 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시의 레스토랑들은 최근 100명이 넘는 종업원을 채용하기 위해 합동 취업설명회를 열었으나 겨우 10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내에서는 백신 접종 확대로 저물었던 여행·관광 수요가 급속도로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호텔 객실 점유율이 50%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할 것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을 표하며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준이 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매달 1200억달러 규모 채권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대해 생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패스트푸드점 채용 광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뛰어 약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 체감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는 각각 3.3%, 13.0% 상승했고 농산물 오름 폭도 16.6%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국과 같이 원재료 값이 뛰면서 국수(7.2%), 식용유(6.3%), 두부(6.2%)와 더불어 빵 값(5.9%)도 가파르게 올랐다. 석유류는 23.3%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려는 상당하다"라며 "특히 식료품 가격 등이 엄청나게 올라 체감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공포가 도래하면서 시중 금리와 집값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직전 지점인 작년 8월(2.55%)보다 0.36%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73%를 찍으며 작년 8월 2.39%보다 0.35%포인트 증가했다. 일반대출 금리도 지난 8월 대비 0.79%포인트 상승한 3.65%를 기록했다.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등) 매매가격은 0.4% 올라 전월(0.3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뛰었고, 이중 파 값은 지난 1월 이후 130.5% 급증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대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내달 15일과 16일 FOMC 정례회의에서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에서 테이퍼링 추진 가능성이 다시 피어오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다"라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려하되, 거기에 일대일로 매칭해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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