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결집·제도 및 자금 동원으로 자체생산 확대...중국 의존도 탈피 본격화
'중국 압박·미국 수혜' 한국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업계 "미·중갈등 추이 지켜봐야"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의 4가지 핵심분야 공급망 차질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동맹국과의 협력'를 강조하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8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필수광물, 제약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미국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핵심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지 약 3~4개월 만이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중국 견제'였다.

명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25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중국'이라는 단어만 450번 이상 언급됐다.

백악관은 "중국은 국가 주도의 비시장적 개입을 이용해 국가와 경제 안보에 필요한 몇가지 중대한 광물과 원자재에서 공급망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월등히 큰 점유율을 갖고 있다"라며 "미국이 중대 공급망을 확대해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태스크포스(TF) 구성뿐만 아니라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먼저 미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와 건설, 교통 등 전 분야의 범정부적 TF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마련해 해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를 통해 중국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공급망의 세부 대책은 주로 동맹 국가와의 결집에 방점을 뒀다.

먼저 반도체 부문에서는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최종 사용자까지 정부 유통과 투명성,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개선하고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부문의 경우 미국 내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해 이달 말 전 세계 부문별 대표가 참석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할 예정이다. 

희토류 등 필수광물에서는 관계기관 간 실무그룹을 구성해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가공할 수 있는 필수광물을 파악하고, 생산 용량을 늘리기 위해 국제 투자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약의 경우 50~100종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위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민관 컨소시엄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주요 산업에서) 미국을 기다리지 않는다"라며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러한 백악관의 결단은 우리나라에 있어 위기이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중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의 약 30%는 중국에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시진핑 국가 주석이 최근 "중국도 첨단 기술 경쟁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밝힌 만큼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주요 산업에서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단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최대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2500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와 등 핵심 산업의 육성을 위한 대중국 견제법(미국 혁신 경쟁법)을 통과시켰다.

법 통과에 따라 향후 5년간 1900억달러(210조원)가 기술 개발에 투자되며 특히 540억달러(60조원)는 반도체에 특정해 집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파트너십을 탄탄히 하겠다는 의지를 아낌없이 내비치고 있다.

일례로 이날 공개된 백악관 보고서에는 '한국'은 74회, '대만'은 84회, '일본'은 85회 언급되며 핵심 동맹국에 대한 협력 의지를 보였다.

이날 백악관은 삼성이 최근 170억달러(약 20조원)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한 사례를 적시하며 "반도체칩 할당 촉진, 생산 증가, 투자 증진을 위해 파트너와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업계에서 예상한 수준의 발표로 한국 기업에 당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다"라면서도 "미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관련 논의가 계속될 예정인 만큼 (미·중갈등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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