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기대비 5%↑...2008년 8월 이후 최대폭 상승
다우·나스닥지수 잇따라 강세...S&P500 지수는 한때 장중 최고점 경신하기도

[사진=월마트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13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시장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낙관적인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5.0%, 전월보다 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7%, 전월 대비 0.5% 오를 것이라는 당초 시장 전망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식품 등 변동성이 높은 부문을 제회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원보다 3.8% 올라 1992년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

CNN비즈니스 등 일부 외신은 이러한 현상을 '퍼펙트 스톰'(세계경제 위기)이라고 칭하며, 경제 회복세에 따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물가 상승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는 물가상승이 시장의 돈을 마르게 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10포인트(0.06%) 오른 3만4466.24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9.63포인트(0.47%) 상승한 4239.18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한때 4249.74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08.58포인트(0.78%) 오른 1만4020.33을 찍었다.

나스닥 지수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물가 우려에도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조기 전환될 가능성을 적게 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1.458%로 소폭 하락하며 최근 3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에 투자자들이 손을 들어준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냇웨스트마켓의 존 브릭스 미국 전략대표는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강했지만 여전히 일시적인 범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PNC파이낸셜서비스의 거스 포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이 올 하반기에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로 따져봤을 때 가격 오름세가 느린 분야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5월 CPI 상승분의 30%는 중고차 가격 급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최근 가격 변동성을 자주 보이는 분야다.

반면 CPI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2%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의료비도 오히려 전월보다 0.1%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중고차 딜러샵 [사진=AFP/연합뉴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나 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고용 회복 속도 둔화로 임금을 올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다수의 식료품 업체, 레스토랑 체인, 소비재 기업들이 원자재와 임금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연준도 지난 두 달간의 숫자(물가지표)에 놀랐을 것"이라며 당분간 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물가상승과 관련해 금리와 자산매입 축소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