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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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우려했던 일이 계속 터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너무나 안타까웠던 故 손정민 군을 둘러싼 여러 가지 현상들을 보면서 더더욱 많은 생각이 들면서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라는 작은 탄식마저 내뱉었다.

작은 연구소를 이끌어가는, 그것도 힘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지는 않은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말을 아무도 듣지 않았기에 너무 답답할 따름이다.

그 동안 극단화를 얘기하면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을 얘기하면서,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리짓기 편향, 확증편향 등이 빅테크 기업의 온라인 알고리즘을 만나서 '앞으로 온라인 극단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니 한국이라도 빨리 융합적인 학문의 관점에서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을 만들자'고 수차례 얘기했었다.

개인과 기업의 문제를 떠나서 이제는 정책의 상위 의제로 자리잡아야만 하는데,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엄한 곳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제 그로 인한 폐해가 하나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故 손정민 군 사례에서 우리는 온라인 극단화라는 또 다른 분열의 지옥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이번 글이 그 사건 혹은 사고에 대한 진위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선 분명히 밝혀 둔다.

그를 둘러싼 현상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파헤쳐보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온라인에서 야기된 무리짓기와 사람들의 행동 전염에 관한 것이며 추가적으로 오프라인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바로 그 현상이다.

우선, 이 사건 혹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여 준 친구와 친구 부모의 행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동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지점에서 일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절절한 감정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부모와 자식간의 감정적 유대가 상대적으로 깊은 환경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감정에 대해 자식을 둔 다른 부모들이 굉장한 공감을 형성했을 수 있다.

즉 감정전염 (emotional contagion)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원래 감정 전염은 다른 사람의 자세, 표정, 말투 등을 보고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같은 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으면 빈번하게 발생하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얘기되는 바, 부모와 자식 간의 감정적 유대관계가 깊은 우리나라의 화경에서는 감정 전염이 급격하게 퍼져 나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찰에 대한 우리의 불신이 이번 현상에 깔려 있는 ‘맥락’이다.

우리는 멀쩡하게 본분을 다하며 일선에서 뛰는 경찰의 얘기보다는 그와 반대 선상에 서 있는 경찰의 얘기를 빈번하게 들어왔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가 언론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누군가는 뉴스 거리가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은 특수한 경우는 구독률을 높이는 좋은 소재가 되기에 더욱 자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

여러 이유로 우리는 몇 가지 사건을 알고 있다. 버닝썬 사태에서 경찰이 개입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모 법무부 차관의 폭행사실을 눈감아 준 경찰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회 분위기, 이것을 우리는 맥락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라는 맥락 하에서라면 같은 행동도 뭔가 석연치 않게 느껴지고 모종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사건 초창기에 바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을 나중에 공개할 경우에는 그런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수 있다.

아무리 경찰이 사건 공개에 대한 원칙을 잘 준수하면서 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이는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의도로 보여질 수 있다.

세 번째로 짚어봐야 할 지점은 정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의사판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 캐스케이드 (Information cascade)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예전 글에서 다뤘던 정보 캐스케이드를 쉽게 말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을 참고하여 따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원하는 정보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선거에 관한 잘 알려진 사례가 있다.

모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유권자들은 초기 여론 조사 결과나 후원금 모집액 등을 그 후보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그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표식으로 해석하게 되어 그 선택을 따라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우리는 경찰들에 대해 신뢰가 충분치 않는 맥락에서 뭔가 정보를 빨리 알고 싶은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고 최근 유튜브가 언론 매체를 대신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정보 캐스케이드 현상이 나타나기에 매우 쉽다.

그럼 그런 정보들은 수많은 유튜브 중에서 누구로부터 얻을 것인가?

바로 여기에 정보캐스케이드의 핵심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튜브 내 정보가 담겨 있는 영상을 선택할 때, 영상 조회수와 댓글로 평가하게 마련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 조회 수가 많은 영상, 댓글이 많이 달린 영상으로부터 정보를 얻어서 그 판단을 따르게 되는 정보 캐스케이드 현상이 발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 얘기는 잠시 생략하기로 한다)

여기에 추가로 화룡점정은 요새 전문가랍시고 누구나 나와서 얘기하는 확증편향이다.

일련의 과정들을 정리해 보자면, 내가 사건에 대해 경찰과 다른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그런 영상과 유튜버를 랭킹 시스템에 의해 최초로 선택하게 되어 1차적인 정보 (진위와 상관없는)를 얻은 순간 그 다음 단계부터는 빅테크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그와 유사한 영상이나 나와 유사한 사람들이 택했던 영상들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고 결국 나는 내가 선택한 정보를 확신에 차서 진실로 믿게 된다.

이렇게 우리 중 일부는 한 사건 혹은 사고에 대해 미심쩍은 정보로 전염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지면 관계 상 감정 전염, 그리고 정보의 캐스케이드와 선택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하여 설명을 한 관계로 다음 글에서는 행동전염에 대해 보다 자세한 얘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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