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홍콩은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았다.

비록 중국에 주권이 귀속이 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그다지 잃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은 사양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홍콩의 중국화’가 갈수록 속도를 내면서 중국 관할 하의 일개 도시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니 이렇게 단언해도 좋다.

이에 따라 지난 2, 3년 동안 홍콩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반중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잦아들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홍콩 사회를 이끌었던 엘리트들은 속속 이민 행렬에 합류하면서 홍콩 탈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이 현상은 완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홍콩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중국이 강하게 밀어붙인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에 직면한 홍콩인들의 반대 목소리와 저항이 대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4일 전언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홍콩시티대학의 정(鄭) 모 교수는 “홍콩 보안법이 지난해 6월 말 통과된 후 약 5개월여 동안은 그래도 조금 시끄러웠다. 반중 시위도 소규모이기는 해도 일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이전 같지 않다. 대부분 홍콩인들이 완전히 체념했는지 조용하다.”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활기차고 역동적이었던 홍콩 번화가의 모습. 하지만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되면서 향후 이런 분위기는 사라질지도 모른다./제공=홍콩 밍바오(明報).

이런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홍콩의 중국화 역시 속도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항인치항(港人治港. 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함)’이라는 구호는 이제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각급 기관과 학교 등에서 친중파들의 목소리가 현저히 힘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렇게 되자 올해 들어 반중 성향을 가진 홍콩인들의 상당수는 영국을 비롯해 대만, 미국 등으로 삶의 둥지를 속속 옮기고 있다.

또 일부는 이주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소한 30여만 명 정도는 이민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홍콩의 근간을 이루던 엘리트들조차 절망한 나머지 이민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에 따라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쓸 만한 인재들은 모두 빠져 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급속도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콩이 빈껍데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조만간 ‘인재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직면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게다가 이들이 이주할 때 재산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만큼 대규모의 자금 유출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올해에만 2802억 홍콩달러(40조 원)가 유출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향후 5년 동안 5880억 홍콩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도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나 홍콩 당국은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인구나 인재는 지천인 중국의 저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홍콩의 중국화’는 향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