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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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난 주 얘기했던 마지막 내용을 다시 소개하자면 경찰과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그것의 진실 여부는 관련없다) 유튜버들을 랭킹 시스템에 의해 내가 최초로 선택하게 되어 1차적인 정보 (진위와 상관없는)를 얻고, 그 이후 그와 유사한 정보를 계속 얻게 되어 확신에 차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네트워크는 몇 번의 반복과 상호작용을 거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유사한 주장을 하는 또 하나의 작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정보를 금방 공유하게 만든다.

지난 번 말했듯이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구독자가 많거나, 조회 수가 많은 상위 랭킹의 유튜버.

이 사람들을 조금 어려운 얘기로 중심성이 높다고 표현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의 의견은 굉장히 큰 영향력을 지닌다.

실제로 다른 연구들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각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취합해 평균을 낸다고 가정할 때, 구성원들이 처음에 제시한 의견이 최종 합의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고유벡터의 중심성과 비례한다는 결과를 도출해왔다. 어렵지만 쉽게 풀어서 쓰면 이렇게 쓸 수 있다.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지는 것은 핵심 유튜버의 파급력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이다.

수학적으로 어려운 얘기들은 뒤로 하고, 우리는 이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되는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편향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는 2~3번에 걸쳐 얘기했던 단어이다.

바로 반향 혹은 반향실 (Echo Chamber)이다.

"반향실"에 들어선 사람들은 메아리로 울려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듣게 된다.

이에 비유하여 자신이 지닌 견해를 강화하는 정보를 반복하여 습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확증편향을 지니게 되며 마침내 극단적인 견해를 지니는 현상을 반향실 효과라고 하는데, 네트워크 상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의 의견은 사실 나의 과거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네트워크 상 나와 나의 주변사람들이 행하는 반복적인 논의를 통해 얻는 정보는 사실 내 의견의 메아리가 그 안에 속해 있게 된다.

우리는 같은 무리 속에서 네트워크 상 의견을 나누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결국, 내 견해를 대화라는 과정을 한번 거쳐서 다시 나에게 확신시켜주는 그런 과정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나의 메아리를 걷어낸 온전한 의견을 청취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중 계산 (Double counting) 이다

역시 나를 가정할 때, 내가 유튜버 A를 통해 사건의 ‘새로운 진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의혹을 제기하는 ‘정보’를 받아서 “맞아, 그럴 수도 있네”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또 다른 의견을 찾아보기 위해 B와 C의 유튜브를 시청했다.

그럼 나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A, B, C 세 유튜버에게 들었기 때문에 합쳐서 세 명에 달하는 나름 다수의 전문가로부터 정보를 종합한 셈이므로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A, B, C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사실 이 의견은 1명 혹은 2명의 의견임에 불과하고 여기서 바로 이중 계산 문제가 생긴다.

여러 의견인듯 하지만 실상 소수의 의견이자 정보인데 네트워크 상에서 이중 계산 되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자, 이렇게 사실은 몇몇 의도를 가진 (그것이 돈벌이든지, 구독자 수 늘리기든지 사실 유튜버에게는 같은 의미이다) 유튜버의 정보와 추리가 메아리방 효과 (Echo chamber), 이중 계산 (Double Counting), 확증 편향 등을 거쳐 한 집단의 공통의견을 형성하게 된다.

사실, 네트워크의 효과는 집단 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성을 가진 개인이 모여서 하는 통합된 지성의 결론이 오히려 전문가들의 견해보다 올바른 결론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는가 하면 올바른 견해와 상관없는 하나의 견해를 신조처럼 굳게 믿도록 하는 집단의 극단화라는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집단의 오프라인 행동 연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보고자 한다.

오프라인 행동은 온라인 행동과 달리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문제와 더하여 노출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있다.

분명히 제약과 비용이 걸린 행동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한계점, 아니 임계점 (Critical Point)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A 부류는 “나는 무조건 나가”, B 부류는 “나는 5명 이상 모이면 나가”, C 부류는 “나는 10명 이상이면 나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처음에 오프라인 모임을 계획을 한 3~4명이 나가자고 했을 때, 여기 이끌린 사람이 1~2명만 있더라도 B 부류는 자신의 행동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나가게 된다. 만약 B 부류가 5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는 사람이 A와 B를 합쳐서 10명이 넘게 되고, 그럴 경우 임계점이 10명인 C부류의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즉, 각각의 임계점이 있고, 그 임계점을 돌파할 경우 또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 등으로 진행되어 결국, 오프라인 모임 대거 참여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물론 이 임계점은 항상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사안에 따라, 그리고 내가 거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부모로써 감정전염이 일어날 경우 또래 자식을 둔 부모라면 그 임계점이 낮아져서 오프라인 행동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날 개연성을 갖게 된다.

지난 번 글부터 이번 글까지 다시 또 집단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전공하는 행동경제학자로서 아마도 계속 온라인 네트워크와 인간, 그리고 집단의 얘기를 다룰 수밖에 없다.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에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분열은 국가 차원에서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을 지금처럼 집권하기 위해 이용할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분석해서 또 하나의 정책 의제로 삼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차세대 정치인이나 관료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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