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59억원...관계사 매출 합쳐도 2500억원 수준의 이스타 부채보다 부족
사업 연계 의문에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인수 성사보다 그 이후 상황이 더 문제"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 후보로 성정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2000억원이 넘는 이스타항공의 부채와 사업 연계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매각주관사인 안진회계법인에 전날 이스타항공 우선 인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인수가를 쌍방울그룹의 컨소시엄(광림·미래산업·아이오케이)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수가는 11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법원이 우선 인수권 행사 내용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스타항공은 성정의 품에 안기게 된다.

다만 업계는 성정이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성정의 자금력이다.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과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개발업 등의 사업을 벌이는 기업으로, 지난해 59억원의 매출과 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관계사 백제컨트리클럽(백제CC)과 대국건설산업은 같은 기간 각각 178억원, 1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정과 관계사 매출을 총합이 400억원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부채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에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공익채권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채권자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 1850억원까지 더하면 총 2500억원 가량의 부채가 있는 셈이다.

인수 후 기업 정상화를 위해 운항증명서(AOC) 재취득, 신규 항공기 리스 등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형동훈 성정 대표의 아버지인 형남순 백제CC 회장은 "부동산만 매각해도 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골프장도 2000억원"이라며 "돈이 없다면 인수를 하지 않았다"라며 걱정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형남순 백제CC 회장(왼쪽) [사진=연합뉴스]

기존에 운영하던 골프장 등의 관광·레저 사업과의 연계도 숙제다.

형남순 회장은 수차례 항공업체 인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티웨이항공 인수에도 적극 관심을 보였다.

현재 성정과 관계사는 항공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스타항공을 항공 운송사업에 활용한다 할지라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객 수송에 특화된 저비용항공사(LCC) 특성상 대규모 화물을 운송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비용 등의 후유증을 치르는 역설적인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특히 LC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래 여전히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항공기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른 경쟁사와 제대로 된 경쟁을 겨루기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9년 말 기준 총 23대였던 이스타항공의 보유 기재는 현재 4대로 줄어든 상태다. 이중 2대는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성사보다 인수 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이라며 "자금을 얼마나 더 확보해 이스타항공의 재건에 투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생법원은 오는 21일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인수 예정자는 이스타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정말 실사 작업을 거쳐 투자 계약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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