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박영식 기자 = 지난 19일 국정원 정치개입의 정황을 드러내는 문건이 또 공개됐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날 국정원이 2011년 6월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이명박 정권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요구하는 정치인에 대해 이른바 ‘종북좌파’ 딱지를 붙여 감시·탄압했다는 정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문건은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 인사들의 이중 처신 형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 자료로도 게재”라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정동영 전 의원 등을 실명거론하며 감시·탄압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는 지난 15일 공개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정치개입일 뿐 아니라 정치탄압의 정황이 아닐 수 없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를 만큼 전 국민적 호응과 지지를 받는 정책이다. 박 대통령조차 대선후보당시 일부 차용했을 정도로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한 사회정책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은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야당·좌파 선동’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나선 것이다. 연이어 드러나는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은 국정원이 국민의 이해와 반한 채 오로지 정권유지에만 복무한 기관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반값등록금 운동 무력화’와 관련한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B실 사회팀’은 앞서 ‘박원순 문건’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자체 취재한 결과, 작성자들이 당시 같은 팀 소속이었고, 팀장 추 씨는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박근혜 정부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확대의 필요성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적절성 문제까지 꼬집었다.
 
이같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지적은 적절하다. 작금의 사태는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빚은 나비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기간에 벌어진 ‘국정원 직원 댓글 게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했더라면, 지난 3월 초 드러난 ‘원세훈 전 원장 정치개입 지시 문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원세훈 체제의 국정원’ 전반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정치개입 내부문건 작성 팀의 상급자가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몸담을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할 일은 단 한 가지만 남았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한 문건, 원 국정원장 체제에 국정원 직원이 대선기간에 야당 후보를 폄훼하는 정치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을 ‘좌파’로 규정하고, 반값등록금 정책을 ‘좌파 선동’으로 규정한 채 감시.탄압하라는 문건도 공개됐다. 국정원이 ‘정치·대선 개입’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이해를 위해 복무하는 기관이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조롱하지 말고,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즉각 철저한 진상규명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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