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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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에세이스트 이기주가 쓴 책 '말의 품격' 중 한 구절이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잠재적 경쟁자들을 향해 쏟아내는 말들이 점차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상대 후보로 거론되는 이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들의 말을 살펴보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거나 확대 재생산해 마치 치명적인 흠집인양 왜곡하며 본질을 흐리는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같은 말들이 부메랑이 돼 자신의 진영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다.

최근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의 경우를 예로 들지 않아도 그동안 말 한마디가 직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다.

진영 간 이해득실을 차치하고라도 ‘품격 있는 말’과 ‘상대를 향한 지적’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정당은 물론 정부 또는 기관의 정책과 현안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부처의 입장을 설명하는 창구로, 때론 일부 보도에 대한 오류와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설득하고 다투는 공격수로, 언론·국민과 함께 24시간을 호흡하는 자리가 대변인(홍보담당자)이다.

한 언론학자는 국내 언론의 황금기를 군부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언론자유가 시작된 1987년부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까지로 평가했다.

이때부터 대변인의 역할도 커지고 중요해졌다.

대변인이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언론의 다양성과 맞서야하는 전사(戰士)의 심정으로 브리핑 룸에 서야했던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그 전의 언론과 기자, 대변인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인터넷이 뉴스 소비시장의 영역과 모델,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환경에서 언론은 더 빠르고, 깊고, 디테일한 분야로 취재 영역을 확장하면서 대변인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온라인 매체의 증가와 함께 뉴스 소비가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로 이동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언론이 변화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빠르고 차별화한 뉴스를 생산해내기 위한 무한경쟁을 펼치고, 이 같은 경쟁을 숙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대변인은 단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취재 현장의 중요한 뉴스 공급원이기도 하다.

또한 건강한 긴장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톺아보고, 정책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하는 것이 기자들의 역할이고, 이 같은 정보와 정책을 충실히 설명하는 것이 대변인의 직무다.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자기 진영의 입장과 정책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행간의 의미를 살피고 그 속에서 정책의 오류를 지적하며 바로 잡으려는 기자들과의 치열한 논리적 다툼 속에 대변인들의 존재감은 더욱 돋보인다.

‘전문성’과 ‘품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당선 뒤 당직인선 구상을 설명하며 대변인을 토론 배틀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했다.

야당발 혁신의 바람이 정치권에 간단치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달라진 정치지형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막말과 진영논리로 무장한 채 상대 당을 흠집내기 위한 대변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품격과 예의를 갖춘 언어로 상대를 존중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정당 대변인의 품격 있는 말을 듣고 싶다.

함부로 지적하고 함부로 쏟아내는 '품격 잃은 말',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로는 더 이상 지지와 성원을 얻지 못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냉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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