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넷제로·플라스틱 저감 계획도
경쟁력 확대 위해 배터리사업 분사 논의...미국 나스닥·국내 증시 동시상장 검토 중
ESG위원회·CEO 평가 등 지배구조 개선안도 제시..."SK이노베이션의 진정성 보여주는 것"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순환 경제 모델을 완성할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이 전 세계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회사 정체성을 탄소 사업에서 그린(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를 개최하고 미래 비전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1962년 국내 최초의 정유기업으로 출범해 정유·화학 사업으로 덩치를 키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그린 사업의 선순환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주력 사업인 배터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분사와 상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화석연료 흔적 지우겠다"

이날 강조된 키워드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이 그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배터리·분리막·폐배터리 재활용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기존 사업의 친환경 모델 전환 △넷 제로(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 조기 달성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김 총괄사장은 "2016년 6% 수준이었던 친환경 자산이 지난해 30%로 확대됐다"라며 "최근 5년간 친환경 전환에 투입된 예산의 2배가 넘는 30조원을 추가 투입해 2025년 친환경 자산 비중을 7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배터리의 로드맵과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구상안도 발표됐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강자인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력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1테라와트는 2017년 5월 수주잔고 60GWh(기가와트시)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치로 130조원에 달하는 규모"라며 "수주 잔고는 추후 늘어나 내년 하반기에는 월간 판매량 부문에서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배터리 분리막 사업 자회사인 SKIET 상장을 바탕으로 현재 14억㎡인 분리막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 2025년 40억㎡까지 확대해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54건의 수산화리튬 특허 기술을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접목해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특허 기술은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회사는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 국내외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밖에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을 연간 250만톤 이상 재활용하고, 사용량 저감 및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왼쪽 두번째)가 미래 배터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배터리사업 분사 논의 속도전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에 방점을 둔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사업부의 분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은 성장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물적 분할 방식이 될지, 인적 분할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사업 분할은 기업공개 시점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경쟁사인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사업 분사를 진행할 경우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된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미국 나스닥 상장과 관련 "고민 중인 사안"이라며 "주 사업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 동시 상장도 옵션으로 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 성장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산하 자회사들의 지분을 매각하고 합작사 설립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사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체 연구개발(R&D)을 적극 강화하고, 신규 사업을 개발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에 참석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안도 발표했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 승계 등의 의사 결정권을 확보하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략 방향성 검토 및 성과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탄소중립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최고경영자(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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