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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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2004년 영국 BBC는 "킹스 칼리지 런던 연구팀에서 '공포영화를 무섭게 만드는 공식(SCARY MOVIE FORMULA)'을 만들어 냈다"고 보도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서스펜스가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보았는데 추적 신, 고조되는 음악, 알려지지 않은 대상, 함정에 빠지는 듯한 느낌 등 네 가지가 세부 요소이고 이 수치를 제곱한 후, 충격적인 장면을 더하면 무서운 영화가 기본적으로 완성된다.

이 외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하게 되면 ‘가장 완벽한’ 공포 영화를 만들 수가 있다고 한다.

왜 갑자기 가장 무서운 공포 영화 공식을 얘기했을까?

개인적인 견해로 공포영화 공식이 현 기후문제, 탄소중립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도 '기후문제가 실제로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 그리고 '이 문제가 과연 인간이 발생시킨 것이냐, 자연스러운 것이냐', '실제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해결 불가능한 것인가' 등의 많은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최근 들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됐으며, 인간이 자초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마치 공포영화의 공식처럼 왜 이 문제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원인이 되는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보니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대상’에 대해 공포감을 갖게 되고, 또 이 장래에 일어날 법한 ‘충격적인 장면’을 최근 들어 하나둘씩 겪다 보니 이 때문에 공포감을 겹겹이 쌓아 올리게 되었다.

일례로 생활 쓰레기, 소 같은 동물이 배설하는 메탄가스, 화석연료 시스템 ,심지어 농경산업까지 여러 가지 원인을 들고 있으나 각각이 정확히 얼마나 탄소 배출에 기여하고, 서로 간에는 어떻게 얽혀 있고, 이러한 원인 말고 다른 원인들은 무엇이 있을 수 있으며 등에 대한 해답을 명확하게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티모시 모튼 (Timothy Morton)은 “하이퍼 오브젝트” (Hyperobject, 2013년 발표)라 명명했다.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뜻하는 말로 기후 변화가 너무 거대하기도 하지만 모든 특징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또 그 변화의 속도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해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알려지지 않은 대상’이 실제로 현실과 결합하여 ‘충격적인 장면’들이 나타나게 되니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공포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

최근 들어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는데, 6월만 해도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에 최고 기온이 섭씨 40~50도에 달하는 날이 수차례 나타나며 시베리아도 3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린다는 소식은 바로 충격적인 장면의 좋은 예이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미래 지구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를 봐도 충격적인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매일같이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열사병이 유행한다.

빈곤과 굶주림이 확산되고 빙하는 겉잡을 수 없이 녹아들어 베이징까지 수중도시가 된다.

지금까지의 화재는 불장난 수준인 산불이 발생하고 대가뭄으로 수자원 약탈 전쟁이 일어나며 바다 시스템이 붕괴된다.

결국, 수많은 박테리아가 출현하며 세계 경제는 무너지게 되는 것이 책에서 보여주는 최악의 장면들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장면들의 일부를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고, 앞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을 방송에서도 시청하게 되니, 이제 기후 변화라는 공포를 실감하며 뭔가 변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번져나가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구성원인 개인이 변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개인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넛지와 같은 개입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수차례 학습한 ‘군중효과’ (Herd effect) 혹은 ‘행동 전염’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행동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0년 6월 21일 뉴욕타임즈에는 “Finding the ‘Weapons’ of Persuasion to save energy”라는 기사가 실렸다.

굳이 번역하자면 에너지 절약을 설득하는 방법 정도가 될 텐데, 이 기사에서는 그 방법으로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의 실험을 소개했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샌디에이고 교외 가정에 4개 유형의 에너지 보존 메시지를 전달하였는데 그 내용의 첫 번째는 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보존해야 함, 두 번째는 미래 세대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 보존을 해야 함, 세 번재는 에너지를 보존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음, 네 번째는 이웃 대다수는 매일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달 후 각 가정의 전기사용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그 결과 네번째 '이웃 대다수가 절약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집단의 전기 사용량이 대폭 감소하였는데, 이는 우리에게 군중심리가 작용함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에너지 절약과 같은 개인의 행동변화에 행동전염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는 이러한 행동 전염의 긍정적인 효과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몇 차례 설명한 바와 같이 군중 행동은 집단의 극단화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온다.

기후변화에 적용하자면 우리는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소비습관을 가져온 과거도 있다.

예를 들면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SUV의 유행도 경험했고, 에너지 수요가 훨씬 많은 대형주택 유행도 경험했다.

따라서 군중효과 혹은 군중심리 아니면 행동 전염 등의 개념으로 우리 자신이 스스로 얼마나 많이 바뀌어 가도록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도록 해야 하는지도 똑같이 고민해야겠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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