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 그릇이 돋보이는 포토존
국수 한 그릇이 돋보이는 포토존

【뉴스퀘스트=이해열 더피엠파트너스 대표】 서울에 강남이 있다면 제주도에는 노형동이 있다.

신제주의 상징으로 대형 마트와 은행, 대형 관광시설 등이 들어선 핫플레이스다.

공항과도 가까워서 다양한 종류의 맛집 경쟁도 치열하다.

작년 4월 노형동에 문을 연 ‘국수대표’는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현지인의 인기를 얻어 순항 중인 국숫집이다.

제주도민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음식인 고기국수는 제주도 대표 향토음식이다.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첫손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만큼 제주에는 이름난 고기국수 식당이 즐비하다.

호텔 세프 출신의 오영백 대표가 말아주는 국수에는 맛을 내는 비법이 담겨있다
호텔 세프 출신의 오영백 대표가 말아주는 국수에는 맛을 내는 비법이 담겨있다

요리 경력 30년에 들어선 오영백 대표 또한 대중적이고 서민적이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국숫집을 차렸다고 한다.

오영백 대표는 국숫집을 열면서 ‘세프가 만드는 국수’를 강조했다.

실제 오 대표는 중문에 롯데호텔이 문을 열 때 창립멤버로 제주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 호텔 요리사였던 삼촌의 모습이 멋있어서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1992년에 요리에 입문한 뒤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오리엔탈호텔, 프린스호텔, 롯데호텔을 거쳤다.

중문 롯데호텔에서 일하면서 제주도 풍경은 물론 소박하고 인심 좋은 제주 사람에 반해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호텔에서 최고의 재료들로 산해진미를 만들어본 오 대표가 소박한 국숫집 사장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이유, 정 많은 제주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름기를 걷어내 깔끔한 육수와 생면이 조화를 이룬 고기국수.
기름기를 걷어내 깔끔한 육수와 생면이 조화를 이룬 고기국수.

국수대표의 대표 메뉴는 제주도 고기국수다.

단골손님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고기국수는 기름지지 않으면서 진하고 깔끔하다.

제주에 이주민과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쉽게 맛볼 수 있도록 담백한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연구했다고 한다.

육수를 끓여서 버리는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다.

육수 레시피를 조금씩 달리하며 끈질기게 달인 끝에 국물도 수육도 맛있게 만들 수 있었다.

육수의 비법은 돼지 뼈에 비싼 사골을 함께 사용하는 데 있다.

여기에 질 좋기로 소문난 한라산 표고버섯을 넣고 12시간 넘게 끓인 다음 식혀서 기름기를 걷어내면 구수하고 깔끔한 맛의 육수가 탄생한다.

그래서 국수대표의 고기국수는 식어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육수뿐 아니라 면도 맛을 더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고기국수집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면 대신 찰지게 반죽한 생면을 사용하는 것.

가격은 건면보다 훨씬 비싸지만 메뉴 개발 과정에서 비교해보니 맛이 월등해 포기할 수가 없었다.

고깃국물에 담긴 생면은 탱탱하고 쫄깃하다.

여기에 더하는 수육은 제주 흑돼지만 사용한다.

비계가 적은 부위를 택해서 제주도 콩 된장을 넣어 간간한 맛을 베개하고 향신료를 첨가해 잡냄새를 잡아주면 육즙 풍부한 부드러운 수육이 완성된다.

수육을 만들 때 사용한 제주도 콩 된장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 자연 유산 마을인 제주도 선흘마을에서 제주 청정 화산 암반수와 콩, 천일염으로 만든 도구리 된장이다.

수육 삶는 된장으로 사용하기에는 꽤 비싸지만 국수 한 그릇이라도 최고로 말고 싶은 세프의 자존심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각종 재료를 끓여서 걸러내고 양념을 배합해 보름동안 숙성시킨 양념장이 비법인 고기비빔국수.
각종 재료를 끓여서 걸러내고 양념을 배합해 보름동안 숙성시킨 양념장이 비법인 고기비빔국수.

고기국수 다음으로 손님들이 자주 찾는 메뉴는 고기비빔국수와 꼬시래기 냉국수다.

고기비빔국수는 생면에 콩나물, 무채, 오이채 등 제철 채소를 듬뿍 넣고 비법 양념장으로 조물조물 비벼 상추 무침과 수육을 얹어낸다.

여기에 곁들이는 양념장은 각종 재료를 넣고 한 번 끓인 뒤 걸러서 사용한다.

말갛게 걸러진 베이스에 두 가지의 과일즙, 매실효소, 고춧가루, 식초 등을 배합해 보름정도 숙성하면 적당하게 달고 맛있게 매콤한 양념장이 완성된다.

첫 술에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고명과 잘 어우러져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매콤하고 새콤한 맛을 즐기게 된다.

우도 꼬시래기를 사용한 여름 계절메뉴인 꼬시래기 냉국수
우도 꼬시래기를 사용한 여름 계절메뉴인 꼬시래기 냉국수

‘바다의 국수’라고 불리는 꼬시래기 냉국수는 국수대표의 별미다.

톡톡 터지는 식감을 가진 꼬시래기는 저열량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와 혈관질환,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쫀득한 꼬시래기를 면 대신 쓰는 곳도 있지만 국수대표에서는 고명으로 듬뿍 넣는다.

특히 입맛 없는 여름에 시원한 육수에 담긴 꼬시래기를 살짝 감싸서 먹는 냉국수는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준다.

국수대표에서 멸치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디포리와 완도 멸치를 센 불에서 딱 22분만 끓여 비린내와 쓴맛 없는 깔끔하고 깊은 맛의 육수를 낸다.

이때 불의 세기와 시간을 제대로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서민들의 허기와 피로를 풀어주는 술안주로 좋은 족발, 아강발도 별미다
서민들의 허기와 피로를 풀어주는 술안주로 좋은 족발, 아강발도 별미다

국수 외에 퇴근길 애주가의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술안주로는 찹쌀순대와 순대내장국밥, 얼큰순대 내장전골, 아강발(족발)이 준비돼 있다.

국수 한 그릇 만들면서도 좋은 재료만 고집하다 보니 수익성이 낮아 갈등하기도 했다는 오영백 대표.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편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세프의 자존심으로 20년 미래를 내다보기로 했다.

맛도 잡고 트렌드도 잡아 제주 고기국수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매일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국수대표에 이어 동서양을 접목한 고기요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꼼꼼하게 적은 레시피가 수북하게 쌓였다.

30년 요리를 하고도 더 만들고 싶은 요리가 많은 천상 세프인 그가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보물창고다.

현지인이 자주 찾는 국숫집이었다가 삼대로 이루어진 관광객 가족이 일부러 찾아와 먹고 갈 정도로 성장한 국수대표.

대기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를 늘 공부하는 세프의 열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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