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공연 등 티켓사업 불황 계속...감염 재확산에 성수기 전망 '먹구름'
유통계 신흥강자 약진...11번가·이베이코리아 등 1세대 기업 생존책 찾기 나서

공연·여행 등 티켓 사업에서 경쟁력을 펼친 인터파크의 매각이 추진된다. 사진은 지난 6월 15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 안내문을 점검하는 모습으로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대표주자인 인터파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업계는 티켓 사업의 강자인 인터파크가 매각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후발주자의 추격이 깔려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감염 확산이 길어지면서 주특기인 공연·여행 사업이 1년 넘게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고, 네이버와 쿠팡 등 신흥 강자들의 굴기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여행·공연 불황에 '적자 행진' 계속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는 최근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정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이기형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41%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터파크의 지분은 약 1600억원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매각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인터파크는 1996년 6월 국내 최초 온라인 쇼핑몰을 출범시키며 사실상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의 포문을 연 기업이다. 이후 여행과 뮤지컬, 공연, 콘서트 등 티켓 사업에 올라타면서 견조한 매출 호조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을 맛봤다. 이후 올해 1분기에도 6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해외 운용사 브룩데일과 국내 운용사 코레이트자산운용에게 지분 4.5%를 156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때문에 주요 경영진의 지분까지 매각하며 정리 수순에 접어든 인터파크의 행보가 예견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터파크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사업은 ▲항공권·숙박 등의 여행상품 판매중개 ▲공연·영화·스포츠 등의 티켓판매, 공연 제작 및 투자, 공연장 운영 ▲전자제품·패션·뷰티상품 판매 ▲도서·음반·DVD·중거서적 등 판매로 압축된다.

이중 대다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약 1년 6개월간 사실상 개점 폐업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여행과 공연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성수기에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파크가 예매를 주관하고 있는 콘서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잇따라 공연 연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인터파크 홈페이지 갈무리]

◇ 네이버·쿠팡 돌진 계속...1세대 이커머스, 스러지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집콕 및 비대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도 인터파크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쿠팡은 빠른 배송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네이버도 상품 다양화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쇼핑 사업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양사는 올 1분기 견조한 매출 실적을 냈는데, 쿠팡은 지난해 1분기보다 74% 증가한 42억686만달러(약 4조8000억원)를, 네이버는 같은 기간 40.3%증가한 3244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세에 인터파크뿐만 아니라 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들도 생존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인터파크와 마찬가지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거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8억원, 올해 1분기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11번가는 미국 최대 이커머스기업 아마존과 협력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11번가는 SK텔레콤의 자회사다.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6월 28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SK텔레콤의 포인트와 연결해 무료 배송을 강력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도 한국 사업 철수를 저울질하다 올해 초 매각을 결정, 신세계그룹 이마트 품에 안겼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말 신세계그룹과 매각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쿠팡·네이버 등은 수혜를 입었지만, 빠른 배송 등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1세대 기업들은 경쟁력이 약해졌다"며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에 힘입어 사업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처럼, 인터파크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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