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운영 시작...EU·미국도 수입 기업에 탄소세 부과 임박
철강업 등 국내 산업계 긴장...특히 수출량 많은 유럽서 시행되면 조세부담 불가피

중국 톈진의 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에 가격표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해 가격 규제와 세금 부과 등을 구상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글로벌 산업군의 가격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16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중국은 지역별 탄소거래소를 따로 운영해왔다. 지난 2011년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 충칭, 광둥, 선전, 후베이 등 7곳을 시범 거래소로 지정하고 2013년부터 운영을 본격화했다.

이번에 전국 통합 시장이 출범하면서 중국 전체의 탄소배출권 거래가 상하이거래소 한 곳에 통합돼 진행된다.

중국 정부는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시장에 발전 기업 2000여 곳을 참여시키고 향후 적용 업종을 넓힐 계획이다.

발전 산업은 중국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발전기업이 배출하는 배출량은 전 세계 화석 에너지의 7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통합 시장 개장 직후 이뤄진 첫 거래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1톤(t) 당 52.78위안(약 9300원)에 형성됐다.

이제까지 권역별로 진행된 중국의 누적 탄소배출권 거래량과 금액은 각각 4.8억t과 114억위안(약 2조원)이다.

자오잉민 중국 생태환경부 부부장(차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건설은 시장 시스템을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녹색 저탄소 발전을 추진하는 중요한 제도적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탄소에 돈을 매기기 시작한 곳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첫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밝혔다.

EU가 이날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집행위에 따르면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가 탄소세 계획을 발표한 날 미국 민주당은 3조5000억달러(약 3987조원) 규모의 친환경 투자를 단행하고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과 EU, 미국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탄소중립 계획을 목표 내로 달성할 방침이다. 중국은 2060년까지, EU와 미국은 2050년까지가 목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탄소국경세와 별도로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주요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국내 산업계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통합 거래 시장은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취한 조치이지만, EU와 미국의 탄소세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세가 당장 5년 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철강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철·철강 품목의 유럽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약 1조 7370억원), 수출물량은 221만3680t 규모다.

앞서 EY한영회계법인은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EU가 탄소국경세를 t당 30.6달러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가 약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의 세금을 내야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철강의 2019년 총 EU 수출액이 약 3조3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수출액의 5%를 탄소국경세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15일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라며 민관합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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