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인 리처드 브랜슨보다 더 높은 고도에 도달
자동제어 재활용 로켓 탑승…4분여 극미 중력 체험
최고령·최연소 우주인 탄생…곧 우주관광 티켓 판매
비행 성공 뒤 사회활동가에 2명에게 2억달러 기부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활짝 웃는 제프 베이조스(가운데). [AP=연합뉴스]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활짝 웃는 제프 베이조스(가운데).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가 20일(현지시간)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수백억을 지불한 유료 관광객 1명을 태운 첫 상업 우주관광이기도 했다.

세계 부호들의 우주관광 경쟁이 본격적인 사업화를 앞두고 마지막 퍼즐에 해당하는 이번 비행에서 베이조스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보다 더 높은 고도 100㎞ 우주에 도달했다.

함께 비행에 나선 유료 고객은 우주탐사 역사상 역대 최고령, 최연소 민간 우주인과 함께 비행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2주년이 되는 이날 오전 6시12분(서부 시간 기준)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발사장에서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10분간 우주 여행을 마치고 지구에 안착한 베이조스는 "최고의 날"이라며 비행 성공을 자축했다.

지난 11일 우주를 먼저 다녀온 브랜슨은 트위터를 통해 베이조스의 비행 성공을 축하했다.

베이조스는 브랜슨보다 더 높이 올랐다. 브랜슨은 86㎞ 상공에 도달했으나 베이조스는 유럽 우주비행 기준고도인 100㎞를 넘긴 106㎞까지 날아올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보지만,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은 100㎞ 이상 우주여행을 자사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브랜슨의 우주 기업 '버진 갤럭틱'은 80㎞ 이상 비행으로도 우주 관광에 손색이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베이조스가 민간 상업 우주 관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비행을 했다"며 "베이조스와 브랜슨 모두 신생 우주 관광 산업에 신뢰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이날 베이조스는 조종사 없는 '뉴 셰퍼드' 자동제어 로켓으로 우주를 다녀오는 기록도 세웠다. 브랜슨이 탔던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기 '유니티'는 조종사 2명이 탑승했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재활용 로켓은 유인 캡슐과 추진체인 부스터로 구성됐고, 캡슐과 부스터 모두 이번 비행에 앞서 두 차례 사용됐다.

'뉴 셰퍼드' 로켓은 이날 음속 3배의 속도로 날아올랐고 부스터와 분리된 캡슐은 '카르만 라인'을 넘어 우주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캡슐에 몸을 실은 베이조스는 최대 4분간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중력(microgravity)을 체험한 뒤 지구로 자유 낙하했다. 

우주 비행에 나서기 전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블루 오리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우주 비행에 나서기 전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블루 오리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베이조스는 이날 동생 마크(50), 82살 할머니 월리 펑크, 18살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함께 로켓에 탑승, 최고령 최연소 민간 우주인을 탄생시키는 기록도 세웠다.

펑크는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비행을 하지 못한 이른바 '머큐리 여성 13인' 중 한 명이다.

데이먼은 올 가을부터 네덜란드 대학에서 물리학 등을 공부할 예정인 블루 오리진의 첫 번째 유료 고객이다.

블루 오리진은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이 성공함에 따라 회사 설립 20여년 만에 곧 상업용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 우주 관광의 첫발을 뗀다.

민간인 승객을 태운 본격적인 상업 비행은 9월 말 또는 10월 초로 예상되며, 티켓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루 오리진은 베이조스의 이번 비행에서 한 좌석을 경매에 부쳐 2800만달러(322억5000만원)에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개인 일정 때문에 비행에 동행하지 못했고, 그다음 가격을 써낸 데이먼에게로 돌아갔다.

비행을 마친 베이조스(오른쪽)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 제공=연합뉴스]

한편,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자선사업 및 사회활동가 2명에게 2억달러를 기부했다.

베이조스는 우주 비행에 앞서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2억달러(약 2300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이날 같은 금액을 전달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출신 스타 셰프이자 자선사업가인 호세 안드레스와 사회 활동가 밴 존스를 '용기와 예의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각각 1억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을 설립한 베이조스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세계 2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우주 관광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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