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33개 중 채용계획 미정·없다는 답변 33.3%...코로나19 재확산에 경영악화 우려
계약직·인턴 등 임시직 찾는 취준생 늘어...고요한 취업시장에 취준생 부담 커질 전망

청년층의 취업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시장을 두드리는 청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경영 악화를 겪은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선택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는 김혜인(26)씨는 "인턴 경험도 있고 학점도 높아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라며 "'원하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을 뽑는 회사'를 찾는 게 더 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고요한 채용시장' 우려

21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3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6.7%였다.

채용 계획이 미정이라는 기업은 16.8%, 상반기 진행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4.8%, 올해 아예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도 11.7%에 달했다.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이 새로운 인력을 뽑기가 어렵다고 답한 셈이다.

이들 기업은 한목소리로 상반기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조사 대상 기업 중 30.3%는 전년보다 실적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상반기 경영 성과가 부진했던 이유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을 받은 항목은 '코로나19 영향이 여전해서'(73.3%·복수응답)였다.

다음으로 '업종이 속한 산업이 전혀 회복이 안됨'(30.7%), '비대면 방식 정착으로 매출 타격이 큼'(12.9%), '인재 확보 실패'(11.9%) 등이 뒤를 따랐다.

이들 기업은 하반기 경영실적이 상반기와 비슷할 것(52.6%)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등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광고·마케팅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신입 직원은 채용 이후 훈련 등의 시간·금전적 투자가 필요한 반면 경력은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은 청년들이 졸업 후 평균 10개월을 미취업 상태로 보내고 있고, 취업에 성공해도 초봉이 대부분 월 200만원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 "채용 줄어드니 계약직·인턴이라도"

기업의 채용 감소는 고스란히 취준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취준생들은 최근에도 고졸·대졸 등 수학 상태와 상관없이 졸업(중퇴)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절반 이상은 졸업(중퇴) 후 첫 취업까지 평균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1~2년이 걸린 청년은 11.7%, 2~3년은 6.7%, 3년 이상이 걸린 경우도 8.2%나 됐다.

첫 일자리가 계약직인 경우도  33.5%였다. 이 중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은 29.3%, 계약기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시적 일자리인 곳도 11.0%를 차지했다.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만난 A씨는 "중소기업이나 1인 기업 등 작은 회사들도 요즘 단기 계약직·인턴을 많이 뽑고 있다"라며 "경력이 없으니 일단 짧게 여러 번 일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어 지원서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 이경돈(27)씨는 "졸업 후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게 흠이라 생각해 최근 한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형 계약직으로 근무를 했다"라며 "전환 시 급여를 '합의'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판을 까보니 조건이 좋지 않아 계약기간 1년만 채우고 퇴사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계약직 외 인턴 등 다른 고용형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람인이 기업 416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인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44%에 달했다.

이들은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77%·복수응답), '업무 지원 인력이 필요해서'(32.8%), '사업 확장 등의 계획이 있어서'(14.8%), '사전 검증 후 채용하기 위해서'(13.1%)를 이유로 꼽았다.

지난 19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58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만6000명 증가했다. 이중 20대는 18만6000명을 기록하며 약 31.9%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조만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는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라며 "방역조치 강화로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커지고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간 내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고 고용 회복세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도록 정책 대응에 매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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