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추경 편성에도 보조금 부족 우려 여전...서울시는 지원단가 200만원 감축
반도체 대란으로 국산 전기차 시름...기아 EV6 등 신모델 출시 잇따라 '부담' 가중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반도체 수급난으로 고심에 빠진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보조금 부족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난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를 포함해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하반기 보조금 확보에 나섰다.

특히 보조금 규모가 크고 소진 속도가 빠른 서울시는 전기차 악재를 딛고 전기차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전기차 보급 예산은 1219억원, 대수는 1만1201대다.

다만 전기차 시장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포부와 달리 보조금 지원단가는 기존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원금 곳간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남은 보조금과 추가 금액을 쪼개 더 많은 사람들의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자체가 추가로 확보한 보조금마저 수입 전기차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수급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초 국산 전기차의 출고가 늦어졌을 당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빨리 받을 수 있는 수입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도드라졌다.

업계는 올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기아도 반도체 수급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신모델 출시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인 EV6의 출시에는 먹구름이 꼈다. 회사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달 말'로 예고된 출시 일정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반도체 보릿고개가 심화됐던 지난 5월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2공장을 이틀간 휴업하고 해외에서는 27일~28일 미국 조지아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차는 출고됐는데 보조금이 없거나 보조금이 확정됐는데 차가 없는 허망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내년에 보조금이 더 깎인다는 말이 나오니 올해 전기차 구매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동남아의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 가동이 삐걱거리면서, 전기차 시장이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동남아 국가의 저렴한 인건비에 주요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기는 추세다.

특히 공장 가동이 멈추고 있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안정적인 인프라를 확보해 자동차 반도체 생산의 요충지로 주목받는 국가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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