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투표서 56.36% 찬성으로 가결...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에 공감
'신사업 국내 연구소 중심 추진' 특별 협약...사무ㆍ연구직 처우개선도 합의
기아차 등 다른 자동차 제조사 임금 협상에 적잖은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노사 양측은 올해 성과와 내년부터 시작될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에 공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현대차는 전체 조합원 4만8534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4만2745명(투표율 88%)이 투표에 참여, 2만4091명(56%)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는 호봉 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지급,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았다.

올해 교섭에선 미래차로 전환과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국내 연구소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특별 협약도 체결했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사무 및 연구직 처우를 일부 개선한다는 데에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3년 연속 파업 없는 무분규 타결이라는 점이다. 2009∼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자동차 반도체 대란, 지속한 코로나19 여파 등에 노사가 공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26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63일 만에 교섭을 끝냈다.

노사는 2019년에는 한일 무역분쟁 여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사태 속에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 속에 동종 업계 다른 업체보다 생산을 잘 유지해왔던 것에 동의하고 임금 인상에 비교적 큰 갈등 없이 합의한 것도 무파업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노조 관계자는 "미래 신산업을 대비해 고용 안정을 확보하고 최근 수년 사이 최대 임금 성과를 낸 것에 조합원들이 가결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단협 합의안 조인식은 29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28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28일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현대차 노사의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본교섭 재개 가능성도 커졌다. 기아는 지난 20일 열린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답보 상태에 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기아 노조는 광명 소하리 공장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당초 28일로 예정됐던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다음 달 10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현대차 임단협 타결로 본교섭 재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현대차의 임단협 합의사항이 기아 노사에게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아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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