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영업이익서 TSMC·인텔 제치고 1위...3년 만에 판도 뒤집혀
기술·자금 확보로 당분간 순위 유지...호조세 수성 위해 '투자 결단' 필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삼두마차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왕좌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경쟁사들의 공격적 경영이 펼쳐지고 가운데 나온 성적표라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이어 연간 영업이익 3위를 기록했다.

때문에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반도체 초격차를 계속 벌리기 위해서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부 외신은 이를 '최후의 결전'(쇼다운)이라고 표현했다.

◇ 2·3위 이제 안녕...3년 만의 '반도체 1위'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은 잇따라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장 먼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신호탄을 쏜 곳은 대만 TSMC다.

TSMC는 2분기 연결기준 실적에서 매출 3721억5000만대만달러(약 15조3325억원), 영업이익 1456억7000만대만달러(약 6조16억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재도전장을 내민 인텔도 호조를 맞았다.

인텔은 2분기 PC 부문 인기에 매출액 196억달러(약 22조5770억원), 영업이익 55억4600만달러(약 6조3880억원)를 달성하며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황을 이어갔다.

이중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흔든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22조7400억원, 영업이익은 6조9300억원으로, 경쟁사들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해 글로벌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는 2018년 1·2분기에 매출이 인텔보다 36억달러를 웃돌 정도로 격차를 벌였던 기업"이라며 "최근 3년간 인텔의 매출이 삼성을 넘어섰지만 메모리 반도체 부활 등에 따라 삼성이 2분기 매출 1위를 다시 차지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매출 73조원과 영업이익 19조원 가량을 기록하며 경쟁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인텔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86조1000억원과 26조2000억원, TSMC는 각각 52조9000억원과 2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에서 2위, 영업이익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왕좌에 올라서지 못했지만, 반년 만에 상황이 반전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 기술·자금력 충분...'투자 결단'만 남았다

반도체 강자들의 격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 역량과 자금 조달이 풍부한 삼성전자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반도체 업계 분석가들을 인용해 "핵심 사업의 다양한 전망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현재 위치(포지셔닝)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로의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또한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순현금 규모는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반도체 부문의 투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데일 가이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제조의 최전방에 이르는 조건은 까다롭다"라며 "자금력이 있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총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미국에 19조원을 들여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대항전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투자 로드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100곳 이상의 잠재적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TSMC는 대만 정부로부터 2나노미터(nm) 반도체 공장 신설에 대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의 두 경쟁사는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왕관을 차지했지만 아직 최후의 결전이 남았다"라며 "반도체 기업들은 캐시카우 사업인 반도체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3사는 5세대 이동통신(5G) 셀룰러 네트워크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차세대 먹거리에 필요한 반도체 선점하는 데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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