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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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인간이 이타적인 면이 있다는 얘기를 지난 번에 했었다.

아주 오래전인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인간이 갈라졌을 때부터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루소넨시스, 호모 데니소바 등과 같은 호미닌들과의 사이에서 이기적이어서 살아남았는지 혹은 이타적이어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호미닌이라고 불리우는 다른 모든 사람 종이 모두 도구를 사용해 사냥하고 다른 영장류와 달리 뇌 크기도 컸으며, 불을 사용할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호미닌과 크게 다른 점은 약 5만년 전을 전후해서 사회를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의 형성, 그리고 사회와 사회의 결합은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기술의 발전은 다시 식량의 대량생산을 가져왔으며, 풍부한 식량은 다시 사회를 확산시키게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게 되어 호모사피엔스가 오늘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종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많은 학자들이 얘기한다.

그렇다면 우리 호모사피엔스만? 왜 나머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뒤쳐져서 사라지게 되고, 왜 우리만 남았을까?

우리는 여기서 최근에 나온 책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려 한다.

최근 발간된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 (Humankind)’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는 두 책은 맥을 같이 한다.

이 책이 현지에서 작년에 출판되었다는 점도 공통점이거니와 인간의 본성을 이타적이라는 데서 찾았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사실 이타적이라기보다 친화적이라는 단어가 더 맞을 듯 하다)

두 책 모두 주목하는 실험을 먼저 소개한다.

구소련의 벨랴예프는 제자 류드밀라와 함께 은여우에 관한 실험을 매우 오랫동안 진행했다.

여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어렸을 때, 사람들에게 다가오거나 겁먹지 않은 여우들을 번식시켰고, 나머지 한 그룹은 무작위로 교배하여 번식시켰다.

다양한 학자들이 가축화에 대한 이유를 제시했지만 이 학자들은 여우들이 세대가 내려오면서 어떻게 가축화되었는지에 대해 살펴 보았다.

그 결과,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률을 보일 때 가축화가 일어났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외형과 행동이 변화했다.

이후 세대가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했고, 이러한 여우들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사랑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더 분비했다.

그리고, 벨랴예프 교수는 이 현상이 여우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모든 종들에게 해당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벨랴예프 교수의 발표에 주목했던 많은 학자들은 다른 동물들에게서 (심지어 닭에게서도) 유사한 현상일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단순 외형뿐만이 아닌, 인지 기능까지 차별화되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까지 밝혀냈다.

이러한 가설에 따르면 인간 종 중에서 오직 우리만이 어느 순간부터 역시 자기가축화 과정을 거치면서 협력과 친화력이 높아졌고, 이러한 결과로 더 큰 규모의 사회를 만들게 되어 타 인간 종들을 압도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 말은 가장 친화적이고 다정한 개체였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람의 자기가축화 (Self-domestication) 가설은 다정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이 자연선택됨에 따라 우리들도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다정하며 친절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달되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가축화로 인해 엄청나게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속한 가족, 내가 속한 집단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강한 공격성을 발휘하게 된다.

자기가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공격성은 옥시토신 때문이라고 한다.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특히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서 넘치는 호르몬으로 여성이 분만할 때 흘러넘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기 자식을 누군가가 공격할 때 분노에 휩싸인 상태에서 솟구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내 자식이 위험에 쳐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 내가 연인을 사랑할 때도 나오지만 누군가 연인을 빼앗으려 할 때도 나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으로 인해 우리는 사회에 가장 친화적인 종으로 진화해 온 반면, 한편으로는 집단에 위협이 가해졌을 때, 더 큰 폭력을 드러낼 수도 있는 종으로 진화해 왔다.

이 가설은 우리가 이타적이면서도 사회친화적으로 변해왔다는 점을 진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인 집단의 양극화, 극단화 현상에 대해서도 진화론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본성적으로 이렇게 극단에 섰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친절한 능력이 향상되어 왔기에 전반적으로 전쟁과 폭력이 줄게끔 했다는 면에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본성의 선한 천사’로 유명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사람의 폭력성이 계속 감소해왔다고 말했고, ‘사피엔스’의 학자 유발 하라리는 정글의 법칙이 폐기되고 전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했다.

거시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리의 친절한 유전자는 폭력과 전쟁을 줄이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타 집단의 위협에 대한 폭력성으로 인해 일말의 우려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간의 사회에 대한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본능적 친절함과 다정함을 이용하고자 하는 독재자나 몰지각한 정치인을 제어하거나 몰아낼 수만 있다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 발전은 지속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옛날,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줄 몰랐던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직감하고 정치 체제를 다양하게 실험해 왔는지 역시 매우 궁금하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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