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용 테슬라 메가팩서 나흘간 화재...중국·덴마크 등 주요국에서도 사고 계속
탈탄소 흐름에 수요 불어나는데...전문가들 "위험성 자각하고 예방·대응책 마련해야"

테슬라의 대형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 배터리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동차 전동화의 핵심인 배터리의 핵심을 이루는 '리튬이온'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다시 켜졌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진화까지 나흘이 걸린 테슬라의 대형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 화재와 관련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했다"라고 평가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달 30일 테슬라의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실은 호주 질롱시 컨테이너에서 시작됐고, 두번째 배터리로 불길이 번지며 화염이 커졌다.

메가팩은 자회사 테슬라에너지가 생산하는 대용량 배터리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용도로 제작됐다.

세계는 이번 화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에 다시 한번 경고등을 울렸다고 보는 분위기다.

FT가 인용한 폴 크리스텐슨 뉴캐슬대학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발생한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모두 38건이다. 전기차 등 중대형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를 제외한 숫자다.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설비 화재는 인명피해를 낳기도 했다. 당시 현지 보도에 따르면 화재 진압에 소방관 235명이 투입됐고 이중 2명은 숨졌다.

지난해 9월에도 덴마크 재생에너지 업체 오르스테드의 영국 리버풀 소재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한밤 중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리튬이온을 사용한 배터리는 현재 가장 많이 대중화된 제품이지만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팽창과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의 손상이 일어난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대형 배터리 사고는 잦게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초 미국 버몬트주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전기차가 고전압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튀며 화염에 휩싸인 사고가 일어났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이는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에는 과충전이 되거나 팩이 찌그러지면서 발생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열에 취약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지금의 진화 방법만 가지고 진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소방서장협의회(NFCC)의 매트 데드먼 대체연료·에너지시스템 담당 책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인 화재보다 훨씬 더 오래 타오른다"라며 "물은 '확산'을 줄이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리튬이온 화재에 대한 범세계적 예방 및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등 친환경 기조를 강조하면서 양산이 쉬운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전 세계는 아직 (리튬이온) 화재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라며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구의 '탈 탄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는 현 지식으로 그 위험성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개빈 하퍼 버밍엄대학 연구원도 "탈 탄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기술(배터리)의 발전을 억누르지 않는 자세도 좋지만, 동시에 규모에 맞게 예방적 접근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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