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등도. 문어배들이 가득하다.
왕등도. 문어배들이 가득하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한치냐, 문어냐, 농어냐를 두고 갈등하다가 농어 출조로 결정했다. 지난달 농어 잡으러 갔다가 못 잡기도 했거니와 농어가 여름철에 맛이 들기 때문이다.

군산 비응항 ‘원낚시’ 선단 피싱메카호. ‘원낚시’는 비응항 입구의 낚시가게이지만 대형화하여 여러 척의 배와 심지어 서울행 버스까지 운영한다.

밤 11시에 수도권에서 출발하니, 수도권에서 개별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장거리 운전하지 않아도 비응항 출조일 경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버스에 타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배를 이용하는 게 아니니, 혹 늦게 들어오는 배를 탄 출조객이 있는 경우, 좀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기는 한다.

낚시를 하고 비응항에서 대개 오후 5시경에 서울로 출발한다.

서해 한가운데서 보는 일출. 육지쪽에서 해가 뜬다.
서해 한가운데서 보는 일출. 육지쪽에서 해가 뜬다.

피싱메카호는 오전 5시에 비응항을 벗어나 힘차게 서남쪽으로 달린다. 7시 조금 전 위도 부근에서 첫 낚시가 시작된다.

외수질낚시는 생새우를 미끼로 사용한다. 채비는 외바늘. 40호 봉돌 아래로 50cm 정도 바늘이 내려간다.

이 바늘에 새우 머리 부분을 살짝 꿰어 대상어를 유혹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새우를 미끼로 사용하다 보니 입질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고기만 있다면 어떤 고기든 잡아내는 것이 바로 외수질낚시다.

위도항 부근을 돌면서 낚시를 하지만 도통 입질이 없다.

여기는 민어 포인트다.

혹 민어가 입질을 할까 긴장하고 기다려 봤지만 감감무소식. 그러다가 뭔가 상당한 입질이 온다. 쑥 뽑아 올리면서 릴링을 하다 보니 민어는 아닌 듯하다.

무게감이 덜하고 탈탈거리니 노래미 아니면 장대일 듯. 역시 올려보니 60cm에 육박하는 대형 장대다.

장대는 남해에서는 양태라 부르면서 대접하는 생선이지만, 서해에서는 성가신 잡어 취급을 받는다.

잘 손질해서 꾸덕꾸덕 말리면 매우 좋은 반찬거리이다. 말리지 않고 생으로 소금간을 해서 프라이팬에 구워도 좋다.

다만 뱃전에 올라왔을 때 요동을 치니, 독이 있는 가시에 찔리지 않게 잘 대응해야 한다.

장대구이. 손질을 잘해서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 구웠다.
장대구이. 손질을 잘해서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 구웠다.

20명이 탄 배 전체에서 거의 조황이 없다. 민어를 다른 배가 다 잡아갔거나, 민어가 이동을 했거나 뭐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잡히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외수질낚시는 민어와 농어가 주대상어다. 민어는 바닥에서 한두 바퀴 릴을 감고 있으면 되고 농어는 그보다 상층에 있으니 두세 바퀴 감으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 농어든 민어든 두어 바퀴 감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바다 수심이 일정하지 않기에 가끔 바닥을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바닥까지 계속 줄을 풀면 거의 100%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킨다.

포인트에 진입하는 방법도 그날 물때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다르고 선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배낚시를 할 때는 먼저 선장의 배를 대는 방식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게 사실은 배낚시에서는 가장 중요한데, 설명으로만 터득되는 게 아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늘 생각하면서 낚시를 하면 빨리 터득할 수 있다.

이날 피싱메카호 선장의 배 대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 봉돌을 내릴 때는 거의 30도 각도로 사선이 되어 내려간다.

이때 바닥을 찍고 두어 바퀴 감는다. 포인트에 진압할 때쯤 되면 줄이 직선이 된다. 입질은 바로 이때 들어온다.

처음 줄을 내려 바닥을 찍고 좌우로 사선일 때 또 바닥을 확인하려고 줄을 내리면 절대로 안 된다.

바닥을 찍고 줄을 두어 바퀴 감고. 기다리다가 또 줄이 정렬하면서 바닥에 닿으면 한 바퀴식 릴을 감는 게 정석이다. 거의 모든 외수질 낚시가 이와 같다.

피싱메카호와 인증샷.
피싱메카호와 인증샷.

하지만 이렇게 해도 입질이 없다.

배는 10시경 위도 해역을 벗어나 왕등도 부근으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어초낚시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수심은 15-30m 정도.

3m 어초부터 6m 어초까지 어초는 다양했다. 배가 어초에 들어가면 선장의 멘트에 따라 3m 어초면 2-3m를 띄우고 5m 어초면 5m를 올린다. 그렇게 하니 입질은 있는데 새우만 따 먹고 간다.

새우 머리를 꿰지 않고 등을 꿰어 보았다. 미끼 강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작은 입질과 무게감이 느껴져 감아올리니, 작은 우럭이다.

그렇게 등을 꿰어 우럭 몇 마리를 잡아낸다. 그제서야 배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우럭과 노래미가 몇 마리씩 올라왔기 때문이다. 어초에서는 오히려 등꿰기가 좋을 듯하다.

11시쯤 되었나.

예신도 없이 확 물고 치는 입질이 오는데, 우럭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어 릴대를 뽑아 올린다. 드랙을 조금 치고 나간다.

민어 아니면 농어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큰 씨알은 아니다.

그래도 조심조심 릴링을 일정하게 하고 드랙을 조금 더 연다. 농어다. 드디어 농어다. 배에서 처음 올라온 농어다. 뜰채로 안전하게 걷어 올린다. 이 농어 역시 등꿰기 새우 미끼에 올라왔다.

60cm 가량 되는 농어다. 1kg 정도 되는 중짜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 피크 타임인 것 같다. 얼음돔도 올라오고 우럭과 노래미가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배는 왕등도 주변 어초를 여기저기 뒤진다.

왕등도 바로 붙은 암초지대는 문어낚시배로 문전성시다. 저렇게 배가 많아서는 왕등도 문어가 씨가 마르게 생겼다.

상왕등도.
상왕등도.

점심을 먹고 비슷한 또 한 번의 입질을 받아 무사히 끌어 올린다. 또 그만한 크기의 농어다. 배에 20명이 탔는데 공교롭게도 나만 농어를 2마리 잡았다.

이럴 땐 겸손모드로 표정관리를 잘해야 욕을 안 먹는다.

사실 낚시는 실력이 아니라 운이 대부분이다.

오늘은 운이 좋은 거다.

운이 좋아 우연히 나에게만 두 마리가 온 거다, 이렇게 생각할 때 또 한 마리가 입질이 와서 릴을 뽑아들고 릴링하려는데, 덜컹하더니, 빠져버렸다. 분명 농어였는데 놓쳐버린 것이다.

중짜 농어 두 마리, 2리터짜리 패트병보다는 훨씬 길다.
중짜 농어 두 마리, 2리터짜리 패트병보다는 훨씬 길다.

2시가 넘었다.

철수 시간이 가까워졌다. 여기서 비응항까지는 2시간 가량 걸리니, 지금 철수해도 4시다. 그 때 한 낚시꾼이 대어를 걸었다.

농어 대어가 한 마리 올라왔다. 2.5kg 이상 농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농어는 제맛이 난다. 그리고 한 10분 지나 그 옆 낚시꾼에게 입질이 왔다.

이 분은 오전에 어초에 걸려 낚싯대 하나 부러 먹더니, 가지고 온 여분의 우럭대로 해서 농어를 걸었다.

2kg 이상의 농어를 무사히 올렸다. 우럭대로도 충분히 농어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운이다. 우연이다. 내가 잡은 거 보다 훨씬 큰 농어를 보니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낚시꾼의 욕심이다.

2시 30분, 철수다.

이날 나의 총 조과는 농어 중짜 2마리, 장대 1마리, 노래미 1마리, 우럭 10마리 정도다.

우럭 씨알이 겨우 방생 사이즈를 면한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심심찮게 낚시를 했다. 외수질 낚시란 게 대부분 그렇다. 민어나 농어를 노리고 오지만, 민어나 농어 대물을 잡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대부분 우럭이나 광어, 장대나 백조기나 부세나 노래미와 같은 여러 손님고기로 허기를 달래고, 옆 사람이 잡은 농어나 민어를 구경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가끔은 전원 한두 마리의 농어를 잡을 때도 있다. 그러나 민어의 경우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외수질낚시는 선장과 낚시꾼의 호흡이 잘 맞아야 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낚시이기도 하다. 피싱메카호의 선장은 배를 대는 기술이 아주 좋았다.

성의있게 낚시 시간 내내 열심히 배를 잘 대어 주었다.

민어는 또 다음을 기약한다.

5kg 이상의 대짜 민어를 언제나 잡아볼까?

민어나 농어 외수질 낚시는 의외로 입질이 민감하고 간사한 경우가 많다. 초릿대가 예민하면서도 허리가 튼튼한 낚싯대가 조과에 도움을 주는 건 확실하다. 민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여름철 농어는 뱃속에 가름이 가득 차 있어 2kg 이상 크기면 회, 구이, 탕 모두 맛있다. 1kg 정도되면 회보다는 구이가 오히려 낫다.

농어구이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하여 어떤 생선구이보다 고급스럽게 맛있다. 다음 출조를 기약한다.

농어구이.
농어구이.
농어와 우럭회.
농어와 우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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