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낚시꾼 중에는 가정에서 구박을 받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홀로 낚시 가는 반가족적 인간이 많아서 그렇다.

좀 더 낚시에 미치면 주말이고 주중이고 간에 틈만 나면 낚시 다니니 더욱 환영받지 못한다.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가면 아내가 싫어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환영받는 어종이 있으니 그게 바로 갈치와 주꾸미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운 두툼한 갈치구이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갈치조림이나 주꾸미볶음도 그렇다. 갓 잡은 싱싱한 갈치나 주꾸미를 손질해서 이웃이나 친지에게 선물하면, 그 칭송은 몇 년을 간다.

하지만 먹을만한 크기의 갈치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목포나 진해 같은 내만권에 출조하면 낚시도 쉽고 잘 잡히기도 하지만, 풀치 크기를 벗어난 갈치를 잡기는 어렵다.

큰 갈치를 잡으려면 아무래도 통영, 여수, 완도 등에서 먼바다로 출조하거나 제주로 가야 한다. 이른바 갈치 채낚기 조법을 통해 갈치를 잡아야 제대로 크기와 마릿수가 나온다.

나도 채낚시 낚시를 통해 100마리 이상, 40kg 이상 잡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이 채낚기 조법이란 게 낚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어부의 노동과 같다.

밤새도록 1kg짜리 쇠추를 던지고, 미끼인 꽁치를 썰어 바늘 10여 개에 달고, 초릿대를 보고 갈치가 달렸으면 전동릴을 감고 갈치 떼고 미끼 달고를 반복하는 아주 강도 높은 노동이다. 낚싯대를 들고 하는 낚시가 아니니 손맛도 없다.

오로지 잡겠다는 신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낚시이기도 하다.

이런 갈치낚시 하룻밤 하고 나면 어지간히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삭신이 쑤신다는 표현이 분명 나온다. 또 꽁치와 같은 생미끼를 사용하다 보니 온몸에 비린내가 나고 꽁치 비늘이 묻어 그야말로 하룻밤 낚시를 하고 나면 상거지가 된다.

꽁치 미끼를 사용하니 경비도 상당히 비싸다. 요즘 보통 하룻밤 낚시에 선비가 18만 원에서 22만 원 정도다. 항공료까지 하면 최소 30만 원 이상의 경비가 지출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갈치낚시가 바로 갈치 지깅낚시다. 지그를 사용하면 생미끼를 만지지 않고 한 마리씩 따박따박 잡아낼 수 있다.

그때마다 낚시의 가장 큰 매력인 손맛을 느낄 수가 있다. 단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마릿수는 채낚기를 따라갈 수 없다.

갈치의 씨알도 아무래도 못하다.

또한 지깅 역시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메탈 지그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므로 힘이 들기는 채낚시 낚시에 버금간다.

갈치 금어기가 풀리고 제주에서 메탈지깅으로 갈치를 잡는다기에, 그리고 갈치가 상층에 있다기에 메탈 몇 개를 준비해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배는 화북포구에서 출조하는 해성피싱호. 화북포구에 좀 일찍 도착해 근처 ‘삼부자초밥’집에서 한치물회 한 그릇을 시켜 배를 든든히 한다.

‘삽부자초밥’ 집은 제주의 숨은 맛집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물회맛이 일품이었다. 1인분에 1만 5000원이니 가성비도 좋다.

화북포구 입구 ‘삼부자초밥’ 집의 한치물회 1인분 한 상.
화북포구 입구 ‘삼부자초밥’ 집의 한치물회 1인분 한 상.

오후 5시 출항. 배는 출항 후 1시간 이내에 포인트에 도착해 풍을 내린다. 이때부터 지깅낚시 시작. 수심 65m에서, 50m에서 풀치 두어 마리가 잡힌다.

지깅낚시의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수심층에 100g 정도의 메탈을 내린다.

그리고 올리고 내리는 액션을 반복하는 거다. 채비를 떨어뜨릴 때(폴링) 대개 입질이 오지만, 이 입질을 후킹으로 연결하는 건, 올릴 때다.

그러니 올리고 내리고를 자연스럽게 반복해야 하며 액션을 크게 주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 해당 수심층에 내릴 때 한 번에 내리지 않고 짧게 끊어서 내리면 입질이 오는 경우도 있다. 한두 시간 해가 질 때까지 여러 번 해보니 어렴풋이 지깅의 요령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이것 역시 체력전이다.

만만찮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청춘들이 할 낚시다.

그런데 지깅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새롭게 개발된 갈치 오모리리그 기법이다. 나도 오늘 배에 도착해서 처음 들은, 신종 기법이다. 처음 들었으니 채비가 있을 리 없다. 해성피싱호 김상근 선장에게 채비를 부탁하니 사무장을 시켜 한 벌 마련해 준다.

채비를 보니 한치 오모리리그에 에기 대신 갈치바늘을 달고 바늘에는 생미끼를 사용하는 채비다. 채비를 보니 바로 상상이 간다. 빙고, 바로 이거다. 이거면 팔 아프게 저깅할 필요 없이 따박따박 손맛 보면서 갈치를 잡아내는 거다, 라고 생각하니 하기 전부터 신이 난다.

2019년과 2020년에는 한치가 흉년이었다. 2021년에는 한치가 시즌도 빨랐고, 조과도 상당히 좋았다. 여기에 한치 오모리리그가 등장해 대중화되었다.

‘오모리’란 봉돌을 뜻하는 일본어다. 야광봉돌 30호에서 40호를 달고 그 아래에 삼봉에기를 다는 채비인데 이게 조과가 매우 좋았다. 특히 제주 지역에서는 더욱 그랬다.

갈치 오모리리그는 한치 오모리리그를 응용하여 갈치에 적용한 채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역사가 채 한두 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종 낚시기법이다.

이와 거의 흡사한 갈치낚시 방법으로 생미끼를 사용한 텐빈낚시가 일본에서부터 전해져 오긴했지만, 일부 소수의 낚시인 외외는 알지 못했다.

'텐빈'은 '천칭'을 뜻하는 일본어로 오모리채비와 거의 같지만 줄꼬임을 방지하기 위해, 천칭을 단 것을 말한다.

 운용방법은 텐빈낚시나 오모리낚시나 동일하다. '텐야'는 인조미끼와 생미끼의 합성으로 생선머리는 금속, 몸통은 꽁치나 정어리나 갈치나 멸치 등을 달아 묶는 채비다.

한치 삼봉채비를 연상하면 된다.  

갈치 오모리리그 채비. 원줄에 쇼크리드를 하고, 이 쇼크리드를 L형 플라스틱 롤링 편대채비(해동조구, 4cm)로 통과시켜 8자 도래에 직결하고 여기에 목줄을 단다. 갈치 바늘 목줄 길이는 1,5m 정도. 봉돌은 일반 쇠봉돌을 달아도 된다.
갈치 오모리리그 채비. 원줄에 쇼크리드를 하고, 이 쇼크리드를 L형 플라스틱 롤링 편대채비(해동조구, 4cm)로 통과시켜 8자 도래에 직결하고 여기에 목줄을 단다. 갈치 바늘 목줄 길이는 1,5m 정도. 봉돌은 일반 쇠봉돌을 달아도 된다.

갈치 오모리 채비를 만든 다음 지깅으로 잡은 풀치를 다이아몬드형으로 잘 썰어 그 끝을 한 번만 꿰어 갈치바늘에 달고 수심 35m 정도에 내렸다.

채비가 정렬하자 불과 1, 2초 만에 입질이 왔다. 그러다가 훅 하는 입질 와서 채니 묵직한 저항감이 있다. 재빨리 릴을 감아올리니 먹을만한 3지 짜리 갈치다.

지깅보다는 씨알이 확실히 좋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입질이 와서 후킹이 확실히 되는 경우는 10-20% 정도다. 후킹이 되어도 갈치가 솟구쳐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갈치가 릴을 감는 속도보다 더 빨리 상승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미끼의 끝만 잘라먹고 가는 경우다. 채낚기 낚시 때 10개 바늘에 꽁치 달아놓으면 1, 2마리 정도 잡히고 나머지 미끼는 따먹히거나 잘라 먹히는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특히 파도가 없는 날은 더 그렇다.

어떻게 하면 랜딩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럴 경우 두 가지다.

채비를 개선하거나 챔질하는 요령을 바꾸거나. 도구인가, 기법인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채비를 만들어 준 사무장에게 물어보니 ‘복불복’이란다.

그러나 ‘불볼복’일 수는 없다.

인간은 낚시를 하면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여 방법을 진화시켰다. 갈치 오모리리그가 처음이니 확실한 후킹 방법을 못 찾아낸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본다.

예신이 오자말자 아주 살짝 왔을 때 챈다, 툭, 툭툭, 툭 하다가 훅 할 때 챈다. 이렇게 각각 다르게 여러 번 실험을 해본다. 다 마찬가지였다. 역시 ‘복불복’이었다. 그렇다면 이 오모리리그는 빛을 볼 수 없는 채비다.

그렇게 시간이 금방 간다.

머리를 써가며 여러 방법으로 챔질을 해보고 미끼의 형태나 크기도 바꿔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 보니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간다. 잡은 갈치는 10여 마리, 그 중 반은 미끼로 사용했다.

그런데 선수에 있는 한 젊은 친구는 갈치를 연속 잡아낸다. 채비를 보니 오모리리그인데 미끼 하나에 한 마리씩 계속 잡아내는 것이다.

이때는 가서 물어보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

내가 낚시 경력이 30년인데 하고, 자기 방법만 고수하는 사람은 미련하다. 내 낚시를 잠시 접고 그 친구 곁으로 가서 유심히 관찰하다가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한다.

“폴링 때나 가만히 있을 때 물면 미스바이트가 대부분이어서 올릴 때 입질하게 만든다. 그러면 미스바이트가 없다.”

빙고! 그렇다. 대개의 육식어종이 그렇다. 달아나려고 하는 먹이를 더 쫓아와서 물게 마련이다. 지깅에서는 폴링 때 먹게 만들지만 생미끼는 반대로, 올릴 때 먹게 해야 한다.

채낚기 때 릴을 저속에 놓고 올리면 덜컹하면서 후킹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그걸 기준으로 갈치 수심층을 찾는다.

그것을 생각하면 분명 미끼가 올라올 때 따라와서 무는 녀석이 있는 것이다. 그 원리는 알겠는데 그 친구처럼 동작이 안 나온다. 그 친구 하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해 본다.

천천히 대를 올린다. 대를 50cm에서 1m미터 올리고, 대를 내릴 때 릴을 3분의 l 바퀴 감는다. 아주 슬로우모션으로 한다.

그렇게 몇 번 하니 드디어 강한 입질이 오고 후킹이 된다.

바로 이거다!

한 마리를 올린다. 똑같은 수심대에 내리고 대여섯 번 반복하니 후킹이 되고 또 한 마리를 잡는다. 이렇게 하니 갈치가 따라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드디어 패턴을 찾은 것이다.

낚시에서 패턴을 찾았다는 것은 보물 창고의 열쇠를 발견한 것과 다름없다. 이제 제주 바다의 갈치는 다 내 손 안에 있다! 그 느낌을 느끼고 나니 릴링을 천천히 할 수밖에 없다. 또 한 마리를 잡는다.

완전 환희! 그렇게 한 시간 만에 약 20마리를 잡아냈다. 새로운 채비에 도전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완전히 성공한 거다. 거의 8.90% 성공 확률이다. 초저녁부터 이렇게 했으면, 적어도 70-80마리 정도는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대성공이다. 완전한 기법을 터득했으니 말이다. 이 기술만 적용하면 갈치 오모리리그의 효과는 대단할 것임을 확신한다. 훗날 갈치낚시의 혁명은 2021년 이렇게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2021년 여름 제주 갈치낚시의 하룻밤이 지나갔다.

갈치 오모리리그는 조과, 재미 양면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여러 종류의 갈치낚시 방법보다 훌륭하다. 앞으로 갈치낚시의 여러 장르 중 최고 인기를 누릴 것임이 분명하다.

갈치낚시의 혁명이다.

아예 갈치 오모리낚시 전용으로 전환하는 낚싯배도 생길 것이다.

장비는 허리 힘이 강하고 팁이 부드러운 갑오징어대, 원줄은 합사 2호 정도, 수심 표시가 되는 베이트릴 혹은 소형 전동릴이면 좋다.

갈치의 공격으로 합사가 끊어지는 수가 있으니 서너 벌의 채비와 갈치바늘을 준비해야 한다.

봉돌은 30-50호 정도로 각각 준비.

부기하자면 해성피싱호는 제주의 토속음식(돼지고기 산적)을 저녁으로 내놓고, 한밤중에 아이스아메리카노에다 야식으로 아주 진한 국물의 라면까지 내놓아 낚시꾼을 감동하게 했다.

사무장이 요리사 수준이다. 그것과 함께 공항 픽업서비스도 매우 훌륭하다. 결국 낚싯배는 서비스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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