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혼란 심화...제조사 각개약진에도 리드타임 길어지며 병목 계속
전기차 확대에 반도체 수요 급증..."자체생산 등 공급체계 재정립 필요"

스텔란티스의 미국 오하이오 톨레도 조립공장에서 지프 랭글러 4xe 차체가 대기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반도체 품귀현상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진=스텔란티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공급망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 TSMC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각개약진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을 뒤집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망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5일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자동차·제조·의류·식품·의료·IT 등 6개 산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급망 타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글로벌 주요 기업의 공급망 관리자 175명이었으며, 이들이 종사하는 기업 중 70%는 아시아 기업이었다.

조사 결과 자동차 부문 응답자 중 51.7%는 "공급망의 혼란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6개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의류산업 종사자들 중 같은 답변을 고른 응답자는 43.4%, IT 등 이외 산업은 6~7% 수준이었다.

미 경제전문지 CNBC는 "팬데믹(대유행)으로 일부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을 재고하기 시작했다"라며 "특히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이 심화되면서 유독 타격을 많이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우려는 부품사에서도 등장했다.

글로벌 차량부품업체 보쉬의 하랄드 크로거 이사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고도화된 자동차산업에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졌지만 현 공급망 체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라며 "일부 반도체는 주문 후 납품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자동차 생산은 연일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내달 세계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40%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고, 포드도 주력 모델 'F-150 픽업트럭'을 만드는 캔자스시티 조립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도요타 미 인디애나주 프린스턴공장.   [사진=도요타]

이에 대만 TSMC와 미국 NXP·퀄컴 등 차량용 반도체 사업의 강자들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은 전날 타이베이에서 미국 관료와 회담을 갖고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고 말했다.

MCU는 자동차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현재 수급이 가장 어려운 반도체로 잘 알려져 있다. TSMC는 세계 MCU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자동차 업계의 숨통을 바로 트여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타임지는 '새 차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1년 혹은 더 많이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라는 기사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현재 웨이퍼 용량을 빠르게 재할당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글로벌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 공급망의 체계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쉬의 크로거 이사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부품사들이 직접 제조공장을 세우는 등 공급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쉬는 지난 6월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을 완공해 오는 9월까지 엔진제어와 에어백 등에 쓰이는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콕스 오토모티브의 산업 분석가 카일라 레이놀즈는 "누구는 반도체 부족이 2022년까지, 누구는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라며 "언제 끝날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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