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가 표지에 실린 연예잡지 등이 진열된 신문 가판대를 쳐다보고 있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중국계 캐나다인인 크리스를 강간 혐의로 형사구류하고 사건 수사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베이징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이 최근 들어 부쩍 강화하고 있는 자국 연예계에 대한 각종 혹독한 제재는 이른바 팬덤 문화가 사회주의의 숭고한 가치에 도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팬덤 문화를 그대로 놔둘 경우 사회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끝에 철퇴를 가하려 결심을 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국 연예계는 엄청난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방송, 연예 정책을 총괄하는 광전총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당국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예계에 맹폭을 가하고 있다.

한때 중화권 전체를 풍미한 스타들이 줄줄이 감옥을 가거나 퇴출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18년 탈세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끝에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된 판빙빙(范冰冰. 40), 최근 대리모 출산 비리로 연예 생명이 완전 타의에 의해 끝난 정솽(鄭爽. 30) 등의 케이스를 굳이 꼽을 필요도 없다.

중화권 연예계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8일 전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도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대충만 거론해도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당국에 체포된 전 엑소 멤버 출신 우이판(吳亦凡. 31), 일제 전범을 추모하는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논란을 일으킨 장저한(張哲瀚. 31), 황제의 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자오웨이(趙薇·45) 등을 더 꼽을 수 있다. 하나 같이 경악스런 범죄나 부적절한 행동 등이 문제가 돼 퇴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당국은 퇴출시킬 연예인들의 명단도 작성, 조만간에 각 방송국 등에 내려 보낼 예정으로 있다.

이로 보면 연예계에 대한 맹폭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어린 한류 팬들이 주로 회원으로 있는 한국 스타들의 웨이보(微博) 계정 21개가 활동 정지 등의 조치를 당한 것까지 더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전례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연예계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당연히 있다. 유명 스타의 팬클럽 하나가 만들어질 경우 바로 회원이 수천만 명이나 생기는 팬덤 문화가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상황이 이 정도라면 상당히 심각하다고 해야 한다. 상황을 방치할 경우 숭고한 사회주의 이념이 껍데기만 남은 채 통용되지 않게 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팬덤 층이 공산당원보다 많은 수억 명에 이르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최근 중국 교육부가 전국의 각 급 학교에 긴급 통지를 발송,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하도록 현장의 교육을 철저히 하라는 주문을 한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이 주문에는 학생들이 언행에 문제가 많은 스타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이 없도록 계도를 잘 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중국 당국이 퇴출시키기로 작정한 유명 연예인들 명단. 앞으로 영원히 중국에서 활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제공=인터넷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

실제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의 칼을 맞았거나 맞을 스타들은 사회주의 이념과는 대치되는 언행으로 당국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연 수억 위안(元. 수백억 원)의 수입을 우습게 벌어들이면서도 국가나 사회에 대한 감사는 커녕 팬덤만 믿고 교만하게 행동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는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 중국 연예계 스타들은 당국의 서슬에 납작 엎드리고 있다. 일부는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고수가 최우선인 중국 당국이 이 정도에서 연예계에 대한 회초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연예계에 부는 피바람은 아무래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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