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모터쇼에 인텔·퀄컴·엔비디아 경영진 총출동...투자·협력 등 청사진 연이어 발표
車 반도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며 밀월 깊어질 전망...인텔 CEO "우리는 공생관계"

인텔의 미 오리건주 힐스버러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인텔]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완성차와 반도체 테크(기술) 기업들 간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두 산업의 밀월은 향후 더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테크기업들이 이전과 달리 자동차 시장을 '새 성장동력'으로 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 테크기업을 향한 러브콜이 계속되는 가운데, 독일 뮌헨에서 열린 모터쇼 'IAA 모빌리티'가 두 산업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경영진들은 이 행사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일부 경영진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반도체 경영진들이 출동한 것은 그동안 자동차 업계가 요구해온 '반도체 공급 확대'에 답변을 내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인텔이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연설 무대에 올라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냈다.

겔싱어 CEO에 따르면 인텔은 향후 10년간 최대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고, 그중 일부는 유럽 지역에 신공장 2개를 세우는 데 쓸 예정이다. 수요 증가에 따라 추가 설립도 예고됐다.

행사에 참석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도 조만간 자사의 반도체가 르노의 신형 전기차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퀄컴은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입해 스웨덴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베오니어'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대니 샤피로 수석담당자도 회사가 향후 6년 동안 80억달러를 투자해 고객사를 상대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테크기업들이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을 완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많은 고객사들이 확대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은데다 개발 과정이 길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테크기업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그러던 중 자동차 시장에서 반도체 수급 문제가 불거지고 테크 기업들의 역할론이 부상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신분이 '차세대 먹거리'로 뒤바뀐 모습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520억달러(약 61조원)에서 2027년 850억달러(약 9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6년 만에 63%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7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사진=IAA]

테크기업의 임원들은 이러한 점을 의식해 향후 자동차 기업과 반도체 테크기업 간의 관계가 끈끈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겔싱어 CEO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우리가 필요하다"라며 "자동차가 '타이어가 달린 컴퓨터'로 변하는 가운데 필요한 공생 관계"라고 강조했다.

겔싱어는 프리미엄 세그먼트 자동차의 생산 비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9년 4%에 그쳤지만, 2030년에는 20%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장 기술이 고도화하고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면서,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반도체 단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크리스티아누 CEO도 "초고속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들이 자율주행 등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며 "자동차 기업도 일종의 '기술 회사'로 여겨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WSJ은 엔비디아 등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차량용 반도체는) 장기적인 게임과 같다"라며 "테크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의 사업 기회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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