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대출 서비스, 국영기업 합작사 통해...개인정보 등 국영화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2대주주(39.13%)...당국 규제 관련 위험성 우려

[AP/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서비스 무역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의 앤트그룹 부스를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빅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규제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 빅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핵심 사업인 대출 사업을 국유화하는 작업에 나선 것.

앤트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관련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모바일결제 앱(애플리케이션) `알리페이` 내 대출 서비스인 `제베이`와 `화베이`를 분리해 대출사업과 관련된 별도의 앱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알리페이는 결제, 대출, 투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결제 서비스다.

연간 사용자가 10억명이 넘을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앱이기도 하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앤트그룹의 대출 서비스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 비중의 39%로, 이는 본업인 결제부문(36%)를 넘어선 규모다.

사실상 이번 규제가 앤트그룹의 대출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인 만큼 앤트그룹의 매출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대출 서비스와 관련해 주요 논쟁이 됐던 개인정보는 앤트그룹의 손을 떠나 중국 당국이 관리하게 된다.

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대출 결정을 뒷받침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정부가 일부 출자하는 새로운 합작회사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앤트그룹과 함께 신용평가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WSJ은 중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은 새로운 신용평가사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국영기업이 더 많은 지분을 갖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비롯한 대출 사업이 앤트그룹의 손을 벗어나 국영화가 되는 셈이다.

FT는 중국 금융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는 빅테크의 독점이 데이터 통제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당국은) 그것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전직 관계자 또한 "새로운 기구는 앤트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공산당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트그룹에 대한 이번 규제는 다른 빅테크 기업의 대출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대출 결정의 기준이 되는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대출업체 고위 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대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앤트그룹에 대한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카카오페이의 상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가 47.83%(6235만192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알리페이 싱가포르(알리페이)가 39.13%(5101만5205주)로 2대 주주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으나 알리페이의 모기업인 앤트그룹의 중국 당국 제재 여부에 대한 확인 지연으로 허가가 보류됐다.

이로 인해 자산관리 서비스는 약 3개월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대해 고강도 압박에 나서고 있고, 알리페이가 규제 대표 대상으로 거론되는 만큼 카카오페이가 중국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2대주주와 관련해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당사가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제약요건이 발생할 수 있으니 투자자께서는 이점을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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