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전 원장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주로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상주의의 국가독점, 배타적 식민지무역, 동업조합을 통한 경쟁제한이었고, 그가 현재 살고 있다면 지금의 사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을 하였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후세대의 경제학자들은 독점이란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았고, 그를 계승하기도 하고 새로운 주장도 등장하면서 이론적인 논쟁을 이어나갔다.  세이, 맬서스, 리카르도가 아담스미스의 전통을 계승하였으나 리카르도 이후에 고전파에 대한 반대론도 등장하였다.

독일의 리스트의 보호무역론(유치산업보호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반대로 마르크스는 독점을 자본주의 체제붕괴의 원인으로까지 인식하였다.

그 후 심해지는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격차에 대하여 고전파를 옹호하는 논리로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 스펜스의 적자생존이론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알프레드 마셜은 고전파를 계승하면서 독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슘페터와 같이 독점을 문제시하지 않는 견해와 반대로 챔벌린과 로빈슨처럼 독점과 순수 경쟁의 중간상태인 독점적 경쟁이나 과점으로 확대하는 주장도 생겨났다.

어쨌든 고전파의 전통은 계속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하였고, 19세기 말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독점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독과점 시장구조에 대한 대응을 중시하는 메이슨과 베인의 구조주의(하버드 학파), 이른바 산업조직론이 발전하게 된다.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는 ‘Alcoa 사건’(1945), ‘American Tobacco 사건’(1941), ‘Brown Shoe 사건’(1962) 등 구조주의에 입각한 법원판결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시카고대학의 스티글러, 포스너 등을 중심으로 시카고학파가 등장하는데 시카고학파에서는 독점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소비자보호를 경쟁정책의 최종적 목적으로 파악하였는데, 시카고학파의 소비자 복지는 보크 판사의 책 ‘반독점의 역설(The Antitrust paradox)’에 기원한다.

즉 그는 미국 반독점의 유일한 목표는 소비자 복지의 극대화이고 여기에서의 소비자 복지는 총 사회복지 즉 생산자 잉여와 소비자잉여의 합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미국에서의 시카고학파와 유사한 생각들을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학파에서 찾을 수 있다.

1차대전 후 오스트리아에서는 사회주의적 경향에 대항하여 고전파 경제학의 전통을 지키려는 미제스, 하이예크 등이 나타났고 이러한 일군의 학자들을 오스트리아 학파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 학파에서는 독점에 대한 국가의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독점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경쟁개념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위 고전파 및 신고전파의 전통하의 구조주의에서는 완전경쟁 내지는 유효경쟁 상태를 추구하게 되며, 시카고학파나 오스트리아학파에서는 자유경쟁을 통한 각축을 경쟁의 핵심으로 삼게 된다.

2차대전후 독일에서는 전시 통제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프라이부르크 대학 교수였던 오이켄은, 뵘이란 학자와 함께 1948년 'ORDO'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독일 전후의 경제질서로서 질서자유주의(Ordo liberalism)를 제창하였다.

질서자유주의는 나중에 후퇴하기는 하였지만 완전경쟁을 추구하였고, 독점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였다. 질서자유주의 역시 고전파 내지 신고전파의 전통 하에 있는 이론으로서 독일에서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것이며, 독일 뿐만 이니라 유럽의 공정거래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이론이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정책도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ORDO=필자 소장

독점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세계 경제는 급속히 플랫폼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독점과 혁신이란 풀리지 않는 숙제가 다시 우리들 눈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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