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중국인들은 지구촌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의 인생의 모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좋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의식주라는 단어가 중국에서는 식의주로 통용되겠는가 말이다.

이런 나라에서 요식업 시장이 폭발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실제로 영원히 불황이 없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2020년을 기준으로 5조 위안(元. 9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의 1년 정부 예산보다 훨씬 많다. 웬만한 중견 규모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우습게 보일 수준이라고 해도 괜찮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라오샹지의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점포풍경.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무려 고객들이 평균 1시간 이상 기다렸다. 라오샹지의 위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 시장에서 패스트푸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 전후에 이른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또 이 시장의 70% 정도는 중국 토종 체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압도적 선두주자로는 단연 라오샹지(老鄕鷄)가 먼저 손꼽힌다. 브랜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치킨 스프를 필두로 하는 닭고기 요리를 주로 파는 체인점이라고 보면 된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수치에서도 확실하게 나타난다. 우선 매출액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40억 위안 전후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장 수 역시 2019년에 1000개를 훌쩍 넘겼다. 하루 방문 고객 규모도 간단치 않다. 적을 때도 최소한 40만 명은 가볍게 넘는다. 많을 때는 100만 명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연간 복합 성장률은 대략 5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베이징의 한 라오샹지의 점포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금은 이전처럼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사진=징지르바오]

지난 2003년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에서 출범한 라오샹지는 닭에 관한 한 거의 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충쉬안(束從軒. 59) 창업주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빚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40년 동안 양계업에 종사하면서 무려 7년 동안은 닭과 함께 뒤엉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심지어 그는 이 노력을 통해 눈을 감고도 냄새와 소리만으로 닭의 체중과 질병의 유무, 배고픔 여부를 판별 가능한 경지에 오른 것으로까지 알려지고 있다. 허페이에 1호점을 내자마자 사업이 폭발한 것은 분명 까닭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사업의 확실한 성공을 위해 가게를 경영하는 틈틈이 운영 매뉴얼을 확고하게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총 6권 분량으로까지 늘어난 이 매뉴얼은 총 1만5000명 종업원을 교육하는 교재로도 널리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 신후이청(新薈城)점에서 일하다 최근 독립한 30대 후반인 지셴쉬안(季羨獻)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라오샹지는 철저하게 시스템 하에 움직인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매뉴얼에 입각해 교육을 받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라오샹지의 음식 맛과 서비스가 표준화돼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표준화 운영은 매장의 위생을 확실하게 관리해주는 밑거름 역할을 하기도 했다. 라오샹지의 성공 요인은 이외에도 많다.

원재료부터 철저하게 신경을 쓰는 사실을 더 꼽을 수 있다. 이는 구매팀 10명의 직원들이 1년에 평균 200일 씩은 비행기를 타고 대륙 전역을 돌면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오는 현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전 직원에 대한 도급제를 실시하는 것까지 더할 경우 라오샹지가 왜 극강의 토종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됐는지는 잘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말할 것도 없이 라오샹지는 아직 배가 고프다. 하기야 토종 1위 기업이기는 해도 전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겨우 0.5%를 넘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외국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라오샹지의 국내 랭킹은 4위에 불과한 만큼 더 분발할 필요도 있다. 반드시 업계 1, 2, 3위인 KFC와 맥도널드, 버거킹의 아성을 흔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라오샹지는 2년 내에 매장 500여 개를 더 낼 계획으로 있다. 매출액 역시 최소한 3년 내에 100억 위안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복합 성장률을 보면 불가능한 야심은 아니라고 해도 좋다.

전략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우선 배달 서비스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거의 폭발 수준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을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행히도 라오샹지는 수년 전부터 시장에 투신, 경쟁업체에 뒤지지 않는 수준에는 올라서 있다. 만약 노력이 더욱 결실을 거둘 경우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는 배달 서비스를 통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의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시도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음식인 훠궈(火鍋)를 꼽을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점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로 올라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만간 전국 모든 매장에서 취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명절 때마다 벌이는 반값 판매 행사나 어린이들을 매장으로 초청해 각종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 관리 역시 평가를 받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단순한 패스트푸드 회사가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매출액 증가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현재 라오샹지는 상장이 돼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 1위라는 상징성에서 볼 때 상장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현실화되면 시총은 일거에 최소한 100억 위안 전후에는 이를 것이 확실시된다. 가볍게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수년 내에 데카콘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종 경쟁업체들인 진궁푸(眞功夫)와 샹춘지(鄕村基)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면서 KFC, 맥도널드, 버거킹 등의 아성에 도전하는 노력이 성공할 경우는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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