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코 베가는 건강정보 프로 갈수록 심각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1960년대 시골에서 갓 상경한 시골 사람들에게 서울은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었다. 그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 TV 속에도 존재한다.

아침방송을 주로 보는 시청자 ㄱ씨는 요즘 아침 교양정보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주 채널을 돌리게 된다.

A채널의 아침 건강프로그램에 나오는 의사가 “우리 몸의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 꼭 드셔야할 게 있어요”,“ 이걸 아직 모르고 계셨다면 오늘부터라도 꼭 챙기셔야 장수하십니다."라며  마치 챙겨먹지 않으면 중병이라도 걸릴 것처럼 각종 건강보조재들을 언급한다.

의사들은 아직도 이런 걸 안먹고 있다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라고까지 힐난하기도 한다. 그런데 A채널과 인접한 홈쇼핑 채널로 돌리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금 의사가 얘기한 성분의 건강보조식품을 열심히 판매하고 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어쩌다가 한 번이겠거니 했지만 아침, 저녁으로 이같은 건겅프로와 건강식품 홈쇼핑의 동시방송은 일상처럼 번복된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 자료집 '방송의 상업성 실태와 공공성 회복 방안'을 발간했다.

우 의원은 이 책자에서 홈쇼핑 연계편성, 방송사 간 프로그램 포맷 베끼기, 간접광고 위반 사례 등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시청자 ㄱ씨가 겪은 사례는 홈쇼핑 연계편성에 해당한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건강보조식품 등의 상품을 소개하고, 같은 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홈쇼핑 등으로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우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니터링 결과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개월간 지상파 및 종합편성 채널 24개 프로그램의 홈쇼핑 연계편성 횟수가 423회로 조사됐다.

이들 지상파와 종편의 이같은 동시방송은 시장터에서 판을 벌여놓고 약을 팔던 약장사와 다름이 없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청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환경과 다른 상황을 실연(實演)해 시청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11개 홈쇼핑 사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또 출연 의사가 속한 병원을 연결해주는 전화번호를 노출하고 의료 상담을 유도하거나 권유한 3개의 의료정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전자의 사례는 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 홈앤쇼핑, 공영쇼핑, K쇼핑, 신세계쇼핑 등 6개 상품판매 방송사는 세정제를 판매하면서 효과를 과장한 경우다.

실제로는 커피로 만든 찌거기를 마치 찌든 기름 때를 세정제를 이용해 손쉽게 닦을 수 있는 것처럼 방송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묵은 때를 쓱 문지르는 것 만으로도 깔끔해지는 세정제 광고를 보고 오염물질 세정효과가 탁월한  세정제라고 속아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의사인 출연자가 소속된 병원을 연결하는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고지하는 건강상담 프로그램도 있었다.

방송은 시골 장터 한 귀퉁이에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약을 파는   약장사들과 다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송사의 행태는 장터의약장사와 다를 바 없다.

방송은 공공재다. 상업화를 극복하고 공적 기능을 회복해야 건강한방송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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