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원 조사 자문기구 구성...각국 전문가 26명 포함
中 "이미 두 차례 현장 조사나서"...자체적으로 혈액 샘플 조사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과학 자문기구를 새로 구성하고, 중국에 초기 연구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중국 측은 "이미 WHO가 두 차례 현장 조사 이후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추가 조사는 다른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WHO는 이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연구하는 새로운 자문단을 구성했다.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국제과학자문그룹(SAGO)'으로 불리는 자문단에는 미국과 중국,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과학자 26명이 참여한다.

여기에는 올해 초 중국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했던 네덜란드 출신 바이러스학자 마리온 코프만스, 덴마크 감염병학 박사 테아 피셔 등도 포함됐다.

NYT는 기존 1기 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일부 학자들이 SAGO에 합류한 것에 대해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자연적으로 유출된 시나리오와 함께 실험실에서의 유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1기 조사단은 우한 지역에서 4주간의 현장 조사 이후 보고서를 통해 "우한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7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우한 실험실의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한 만큼 이번에 새로 꾸려진 SAGO는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관한 연구를 되살릴 것으로 보인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조사를 이끄는 마리아 반 케르코프 WHO 감염병 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협조 아래 WHO가 이끄는 추가 중국 현지 조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는지 파악하기 위해 30가지 이상의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며 "2019년 우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항체 실험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WHO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2019년 12월 이전 중국에서 가장 먼저 알려진 감염 의심 사례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WHO는 사이언스지 사설을 통해 "(실험실 유출) 가설은 인간감염에 대한 첫 보고가 있었던 우한의 실험실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그 결과가 공개적으로 공유될 때까지 실험실 사고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새로운 자문그룹이 전 세계를 멈추게 만든 코로나19의 기원을 규명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을 비난하면서 연구팀이 자국의 연구시설, 박쥐 동굴, 야생동물 농장 등을 방문하기 위한 요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천쉬 중국 UN대표부 대사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앞서 두 차례나 국제 조사팀이 중국에 왔으며, 이들의 공동연구 결론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이제는 다른 곳에 조사팀을 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 대사는 "과학적인 조사를 이어나가야 한다면 정보기관이 아닌 과학에 기반을 둔 공동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해 자체적으로 우한에서 채취한 혈액 샘플 수만 개를 분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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