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일반적 시각으로 볼 때 4차 산업과 농업은 별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알면 얘기는 확 달라진다.

농업 역시 전 세계 곳곳에서 도도한 4차 산업 혁명의 파도에 올라탄 채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기) 등의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4차 산업 대국 중국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스마트 농법을 적극적으로 도입, 이 분야에서는 단연 G1 국가로 거듭날 기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 둥청(東城)구에 소재한 바이궈위안의 한 점포. 품질에 관한 한 중국 최고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세계 최대 과일 전문 체인점으로 유명한 바이궈위안(百果園. 영문명 파고다PAGODA)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 단정이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다. 수년 전부터 거래처 농장들과의 협업을 통해 AI를 이용, 포도를 재배하는 등의 사업을 당연하다는 듯 진행하고 있다.

드론을 띄워 물과 농약을 뿌리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현재는 일부 지방에서 진행 중이나 조만간 전국 각지의 거래처 농장들에서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의 유통 전문가인 허우치더(侯啓德) 씨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농장을 AI 공장으로 전환할 경우 당장 초기 투자금은 많이 드나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이 된다. 인건비가 절감되고 생산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 바이궈위안이 AI로 포도를 기르는 행보 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눈을 돌려야 하는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향후 스마트 농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중국의 스마트 농법을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이궈위안은 지난 2002년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출범했다. 다른 여타 기업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단순히 작은 과일 전문 체인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괄목상대, 전국 체인점만 무려 4500여 개에 이른다. 베이징, 상하이(上海)는 물론이고 웬만한 규모의 도시에는 다 진출해 있다고 보면 된다. 협력 거래처와 직영 농장도 300여 곳에 가깝다.

세계 최대라는 바이궈위안의 명성은 2020년 기준 매출액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150억 위안(元.2조7750억 원) 전후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업 이익률은 더욱 가공할 만하다. 매년 매출액 대비 35%를 가볍게 올리고 있다. 스마트 농업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무색하지 않게 매출과 영업이익의 50%는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2020년에 징둥(京東)과 샤오미(小米) 등과 함께 온라인 판매 순위 39위 기업에 랭크된 것은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매년 유니콘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바이궈위안이 전국 곳곳에 설치한 과일 무인 자동판매기. 2030 직장인 여성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제공=신징바오.

바이궈위안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 비해 프랜차이즈 사업이 늦게 싹튼 중국에서 성공한 것은 상당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하기는 했어도 과일 대량 재배 시스템이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하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아예 기적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보인다.

당연히 여러 성공 요인이 있다고 해야 한다.

우선 하늘을 꿰뚫을 듯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유통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른바 ‘싼우투이훠(三無退貨)’ 원칙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과일이 맛이 없으면 ‘제품, 영수증, 이유’가 없어도 반품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상당히 드문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온라인 채널과 배달 앱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주도한 것도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폭발적으로 늘려가는 전략 역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 전부터 본격 실시한 오피스 과일 스마트 판매 사업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과일 자동판매기 시업으로 현재 베이징과 선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등 주요 대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다.

150명 이상이 업무를 보는 빌딩의 경우 대부분 판매기가 설치돼 있다고 보면 된다. 신선하면서도 건강한 과일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예상대로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로부터는 광적인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판매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과일을 선택한 다음 위챗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이처럼 바이궈위안은 기존의 유통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온라인 채널과 빅데이터 등을 이용하면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신링서우(新零售)’, 즉 신유통이라는 트렌드를 업계에 정착시키는 선구자적인 대단한 일도 해냈다.

당연히 이 정도에서 만족할 까닭이 없다. 당장 초기 목표만 봐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온라인 판매의 비율을 오프라인의 2배로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 바이궈위안의 온라인 판매 순위 기업 랭킹은 전국 열 손가락 안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상장 역시 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현재의 기업가치인 600억 위안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앞날이 창창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 업계 라이벌인 메이르유선(每日優先)과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등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경쟁을 이겨내지 못할 경우 서서히 추락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최근 각종 강력한 규제를 쏟아내는 중국 정부의 ‘기업 때리기’ 역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당국에 밉보였거나 합법과는 거리가 먼 일을 지속하고 있었다면 칼을 맞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장애물을 극복할 경우 바이궈위안이 업계의 정상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군림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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