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CO2 감축의무 연장(안)을 가지고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가 열렸다. CO2 배출 세계 2위인 미국은 이번에도 온실가스 배출 1위인 중국과 3위인 인도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CO2 감축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4위 러시아와 5위 일본도 2차 공약기간 중 의무이행을 하지 않겠다며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 버렸고 7위 한국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감축의무대상국에서 빠졌다. 현재 의무감축국은 유럽연합과 호주 정도만 남았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배출량은 전체의 15%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도하 기후회의에서 “교토의정서는 여전히 가치 있는 모델”이라며 CO2 감축의무 연장합의를 주문했으나, 교토의정서는 기간만 연장되었을 뿐 종이의정서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와중에 지구 온난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네이처 기후변화저널’ 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현 상태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080년이면 주변 식물의 57%, 동물의 34%가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만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210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구 기온이 3.6도 이상 오르면 생물 종의 20%가 멸종된다”는 2007년 IPCC 보고서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이다. 식량위기, 생존위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뿐인 지구, 지속가능한가? 아시아의 녹색발전을 위한 정당 세미나는 이에 답해야 한다. 녹색발전은 에너지와 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담긴 화두이다.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를 통해 보았듯이 해당사회를 넘어 인접국가에 엄청난 위험부담을 주는 원전과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는가? 라고 묻고있는 것이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순환형 녹색사회와 정치사회적으로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로 바뀌고 공업사회가 농업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연합의 효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모델삼아 에너지와 식량위기를 의제로 한 아시아녹색공동체를 구상해 볼 수 있다.
 
에너지불균형 문제는 한국 역시 매우 심각하다. 매년 대규모 에너지 무역수지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에너지소비 9위를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다소비 산업구조와 과소비 사회시스템이 고착되어 있다. 수요관리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개선에도 실패하여 에너지 원단위는 일본보다 3배 이상, OECD 평균보다도 42% 가량이 높다.

또한 모든 산업부문의 전력의존도가 매우 높아 매년 심각한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에너지 조세제도가 한 몫하고 있다. 물가 안정과 산업경쟁력 유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이나 핵사고 위험 등에 따른 외부 비용이 빠져 있다.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GDP의 11.3%에 달하는 사회 환경적 비용이 발생하지만, 에너지 관련 세수는 GDP의 3.6%에 불과한 상황이다. 오히려 현재 발전용 석탄과 원자력에 대한 면세조치와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지출해 왔다. 보조금 규모가 2007년 현재 6조 8천억 정도에 이른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에너지를 둘러싼 기존의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혁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석탄과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면세조치와 보조금지출을 중단하고 탄소세와 ‘핵위험부담금’ 성격의 핵연료세 도입을 주장한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을 농업보조금과 재생에너지발전기금으로 돌려 농업기반의 지역순환경제시스템과 분산형 지역에너지체제를 구축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경을 넘어오는 방사능 오염에 속수무책이었던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했다. 국경을 넘는 방사능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는 국제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은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나라다.

 
방사능 유출사고에 대비한 배상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시아 원자력손해배상협약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녹색발전의 성패는 분명한 책임을 전제로 한 정의로운 정책의 전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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