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규칙 정해놓고 움직이는 게임과 시장경제 경쟁은 달라

신동권 KDI연구위원

【뉴스퀘스트=신동권 KDI연구위원 】 공정거래의 1차적 목적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보호와 촉진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을 정책으로 표현할 때는 경쟁정책(Competition policy)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경쟁이란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경쟁사회라는 말부터 입시경쟁, 스포츠 경쟁, 그리고 학술적으로는 완전경쟁, 유효경쟁, 자유경쟁, 혁신경쟁, 파괴적 경쟁 등이 그 예이다. 공정거래가 보호하고 촉진하고자 하는 경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 즉 경쟁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완전경쟁, 유효경쟁, 자유경쟁 세가지를 들 수가 있다.

애덤 스미스와 그 이론을 승계한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완전경쟁을 의미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쟁이란 의미와는 달리 완전경쟁이란 상태는 어떤 시장참가자도 초과이윤을 얻을 수 없는 정태적 상태를 의미하였다. 이는 매우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론으로 밝혀졌다.

그 후 1940년 존 클라크가 유효경쟁이란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어떤 시장이 경쟁적인가를 판단함에 있어 시장구조, 성과 및 행태(이른바 ‘SPC모형’)를 기준으로 하는 이론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쟁정책의 기초로 유효경쟁이론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효경쟁 이론도 완전경쟁 이론과 마찬가지로 어떤 상태를 추구하는 규범적인 이론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하이예크 등의 오스트리아학파나 미국의 시카고 학파에서는 자유경쟁이란 개념을 추구하는데, 이는 동태적인 각축과정을 경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경쟁정책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독과점상태도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어쨌든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경쟁을 어떤 규범적이고, 정태적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행태적 측면에서 경쟁제한적인 행위, 그리고 그 행위를 유발하는 시장구조와도 싸우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이 유지되고 보호된다고 의미로 볼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아니라 경쟁제한만이 정의될 수 있다’고 하는 말도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란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식 놀이의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K-드라마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적나라한 경쟁게임인 오징어 게임에서의 경쟁을 경쟁정책에서 말하는 경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탈락자를 죽이는 행위까지는 빼고 생각했을 때 말이다.

오징어게임 포스트

외견상으로는 참가가 자유롭고, 게임 과정에서는 철저한 게임의 규칙이 있어서 그 규칙에 따라 참가자들이 경쟁을 통해서 최후의 1인이 선정되는 과정이 마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시장경제에서의 경쟁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사전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놓고 그 규칙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쟁방법이 동원되고 상대방을 착취, 배제, 구속 및 방해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없다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이 철저한 사전적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있지만 개방된 시장경제에서의 경쟁과는 다른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을 주관하는 프런트맨(frontman)의 존재를 시장경제에서는 상정하기 어렵다.

프런트맨은 일일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rule maker) 그 규칙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일을 한다. 파수꾼(Watchdog)으로서의 공정위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행위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거나 불공정한 경우에만 개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 경쟁이나, 요즘 유행하는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도 시장경제에서의 경제적 경쟁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 역시 사전에 경쟁방법이나 절차 등을 정하고 있고, 그 범위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쟁법이나 경쟁정책에서 추구하는 경쟁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쟁과는 그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적 경쟁이란 상호간에 주고 받는 급부를 위해 자유롭게 거래하고 행동하는 열린 시스템의 일부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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