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 퇴조 속 능력주의 확인될 듯...수평적 조직문화도 확산세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22년 임원 인사 시즌이 밝은 가운데, 주요 특징을 'D·I·C·E G·A·M·E'(주사위 게임)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여기서 말하는 'DICE GAME'은 ▲Destruction(학벌·스펙 파괴) ▲Increase(임원 수 증가) ▲Communication(대선 이후를 대비한 대외관리 임원 중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Giant(거물급 인사 향방) ▲Agile(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MZ세대 ▲Empathy(공감)를 뜻한다.

24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대기업 임원인사 특징'을 발표했다.

[자료=유니코써치]

◇ '능력 중심'이 대세...대기업 임원 수도 늘어난다 / 'D와 I'

2022년 임원 인사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학벌 및 스펙 파괴다.

이미 최고경영자(CEO) 층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뜻하는 '스카이' 출신의 비중은 최근 10명 중 3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과거 10명 중 6명 꼴로 스카이 출신이 CEO직에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과거와 달리 학벌과 스펙보다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졸 신화'를 이룬 서현주 제주은행 은행장과 이경재 오리온 대표이사 사장 등이 있다.

학벌과 함께 성별 장벽도 깨지는 분위기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여성 인재 등용이 강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임원 수도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나쁘지 않은 경영 성적표를 받아내고 있고, 올해보다 직원 수를 더 늘리려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 대선도 챙기고, ESG도 챙기고 / 'C와 E'

현재 재계가 미래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고려하고 있는 요소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한다. 때문에 대외관리에 능한 임원을 누구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린다.

이에 대기업들은 대외관리 담당 임원급을 어떤 직급으로 정하고, 어떤 임원으로 낙점할 것인지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을 담당할 임원들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ESG 경영이었다. 기업에게 묻는 사회적 책임이 많아지면서 환경 및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열풍은 거세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ESG 경영을 전담하는 임원급 조직을 마련했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대기업 중에서 ESG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도 절반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5년부터 ESG 경영 공시가 의무화되는 만큼, 기업들의 발에 불똥이 떨어진 상태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ESG 경영을 전담할 임원들이 다수 등용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지주회사 LG의 유력한 신임 대표이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LG전자/연합뉴스]

◇ 거물급 CEO들이 움직인다 / 'G'

거물급 수장들의 인사 향방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표적으로 LG그룹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연말 임원 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그룹 COO 자리에 유력한 후보자로는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권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을 이어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권봉석 사장의 후임으로 조주완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유니코써치는 김 사장과 고 사장의 승진이 결정될 경우 김기남 부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한 단계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미션명 '조직 문화를 바꿔라' / 'A와 M, E'

수평적이고 유연성이 강한 조직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결단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직급 체계를 없애 팀원 개인에게 의사 권한을 부여하는 등 변화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상명하복'(윗사람의 명령에 아랫사람이 따름) 문화가 무너진다는 의미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의 활약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일반 임원 중 MZ세대가 임원급으로 진출하는 비율은 100대 기업 기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00대기업 기준 MZ세대 임원은 2019년 28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 49명, 올해 64명까지 많아진 상황이다. 최근 네이버는 새 사령탑으로 1981년생 최수연 CEO를 선택하기도 했다.

갑질 임원을 퇴출시키고 공감 능력이 높은 임원을 올리는 선호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임원 갑질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른 탓이다.

이에 이번 임원 인사에서 기업들은 성과에서 보이지 않는 요소를 꼼꼼히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 임원 갑질이 자칫 기업의 신뢰도 추락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 [사진=네이버/뉴스퀘스트 편집]

한편 국내 주요 그룹은 이번 주 LG그룹을 시작으로 임원 인사에 본격 돌입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1월 마지막 주에, 삼성 계열사는 다음 달 초로 예상된다. SK그룹도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현대차그룹은 12월 중순께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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