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투자'에 의존...인플레이션보다 IPO·재정부양 등 기타 요인에 더 주목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진=엔비디아]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알짜 성장주와 기술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뭔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미국의 소액 투자자들이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2%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뚜렷해지면서 금리인상이 조기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성장주들은 여전히 활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기 종목은 반도체 기업인 AMD와 엔비디아, 그리고 전자기기·IT 강자 애플이다. AMD와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한 달 새 28% 증가, 애플은 8.1%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성장주에게 나쁜 소식이다.

인플레이션이 금리인상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이 성장주의 향후 현금 흐름을 낮게 평가한 뒤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장주는 보통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 인기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제로(0) 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기술주가 급등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성장주를 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모멘텀 투자' 기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상승세를 보이는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투자 행위를 뜻한다.

투자분석 회사 반다리서치의 비라즈 파텔 글로벌거시전략 담당은 WSJ에 "우리가 지난 12~18개월간 배운 교훈이 있다"라며 "투자자들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기업공개(IPO), 재정 부양, 그 밖의 미시적인 이벤트"라고 진단했다.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참석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부 참석자들은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사진=EPA/연합뉴스]

다만 개인과 달리 기관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팔고 가치주로 옮겨가는 추세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EPFR에 따르면 이달 4~17일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 혹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억달러 이상을 인출했다.

한화 약 2조3800억원 규모로, 2주 단위로 따져봤을 때 2019년 1월 이후 최대치다.

WSJ은 기관투자자들이 성장주 대신 소비재와 의료, 유틸리티 등 저평가 가치주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적합한 방어적 투자 기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 월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미국의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가 2배로 빨라져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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