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인사제도 추진...임원 직급 통합 및 승진 연한 폐지
절대평가·수시 피드백 제도 도입...중장기 성장 위한 변화 예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가 조직 문화를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했다.

젊은 인재를 조기 육성하기 위해 '연공서열 관습'을 깨뜨리고, 절대평가 기반의 '성과 관리체제'를 구축해 상호 협력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만들어 나갈 뉴 삼성의 초안이 나왔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젊은 구성원 증가와 노조 출범으로 전환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9일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세우기 위해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제도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또한 직급별 표준 체류(근무)기간도 폐지해 30대 임원과 40대 CEO 등 젊은 경영진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승격 세션'을 도입해 성과와 전문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통합정보시스템)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마다 진행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다.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프리에이전트(FA)' 제도도 도입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를 마련,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별도로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거점으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평가 방식은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단,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방침이다.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수시 피드백' 제도도 도입했다.

부서원들의 성과 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던 기존 평가 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할 '피어(Peer) 리뷰'도 시범 도입한다.

일반적인 동료 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가 아닌,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직원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공유 오피스 설치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사제도 개편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주요 경영 기조인 '뉴 삼성'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뉴 삼성의 주 골자는 신사업 추진과 체질 개선 등의 변화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 해서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개편된 인사제도는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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