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성과 중심 인사...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3040 임원 전진 배치
장동현·김준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전문경영인 부회장 6인 체제' 구축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뉴스퀘스트 편집]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SK그룹이 '안정 속 혁신'에 초점을 맞춘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추구한 가운데, 일부에서 40대 사장과 30대 부사장을 발탁하면서 능력 중심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과 SK(주)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결정되면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이끌 부회장단 체제도 확고해 졌다.

2일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그룹사 차원의 일괄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각 사 이사회는 직접 최고경영자(CEO) 후보 등을 평가·선임할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성과·능력 중심의 '세대교체'다.

이날 계열사별 발표를 종합한 결과,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5세로 나타났다.

파격 인사에 나선 대표적인 곳은 SK하이닉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제조·기술담당 부사장과 노종원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곽노정 신임 사장은 56세, 노종원 신임 사장은 46세다.

곽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SK하이닉스의 제조·기술 담당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 왔으며, 노 사장은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하고 2016년 임원에 오른 인물이다.

두 신임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안전개발제조총괄'과 '사업총괄' 조직을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곽 사장은 새로 신설된 '기업문화 업그레이드 TF'의 수장도 겸직하기로 했다.

부사장 자리에 30대가 발탁되는 파격 인사도 있었다.

일례로 MZ세대 우수리더에는 1982년생 이재서 전략기획 담당이 이름을 올렸다.

최초의 전임직(생산직) 출신 임원인 손수용(51) 담당과 여성 임원 신승아(44) 담당 등도 새로 발탁됐다.

SK에코플랜트도 전반적으로 40대 젊은 인재와 여성 인력을 임원으로 대거 발탁했다고 소개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성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핵심 역량을 결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C는 1967년생 박원철 신임 사장을 선임하며 성과 중심의 인사를 결정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산업팀장(부사장)을 맡아온 박원철 신임 사장은 SK그룹의 베트남 마산그룹 및 빈그룹 투자, 일본 친환경 소재기업 TBM 투자 등 글로벌 투자를 주도한 인물이다.

왼쪽부터 곽노정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 박원철 SKC 신임 사장. [사진=SK하이닉스·SKC]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또 다른 특징은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장동현 SK(주)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부회장에 선임된 장동현 SK(주) 사장은 첨단소재와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한 인물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을 시작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SK에너지 사장 등을 지냈다.

2017년부터는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해왔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SK그룹 내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6명으로 늘어났다.

부회장단은 그룹 및 각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 사업을 이끄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번 인사의 본질적인 목표가 신규 성장 분야의 역량 강화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최 회장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에 매몰된 기업가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주)·SK이노베이션]

한편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거처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래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6년 가석방된 이후 현재 취업제한이 풀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배터리 사업 발굴에 기여한 만큼 SK온에서 경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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